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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부실 재판 우려되는 판사 원격근무
일·가정 양립 지원한다지만
재판부 대면 협의 등 차질 우려
이인혁 사회부 기자
재판부 대면 협의 등 차질 우려
이인혁 사회부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4일 내놓은 ‘2027년도 대법원 예산안 예비심사 보고서’에서 판사 원격 근무에 대해 지적한 대목이다. 대법원은 판사가 소속 법원이 아닌, 주거지 인근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주 최대 2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방 발령을 받은 법관이 서울 자택 근처 법원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일해도 된다는 얘기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내년 스마트워크 관련 예산으로 총 39억원을 배정했다. 운영 비용(2억원)은 올해와 동일하지만 예약관리 시스템 구축 명목으로 37억원이 새로 편성됐다.
이 제도는 판사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2015년 처음 도입됐다. 대상은 점차 늘어났다. 초기엔 주 1회만 원격 근무할 수 있었다. 2024년 9월 미성년 자녀 2명 이상, 생후 2년 미만이거나 고3 자녀가 있는 경우 등의 조건을 갖춘 법관을 대상으로 주 2회 원격 근무를 시범 실시했다. 작년부터 주 2회 스마트워크 근무가 정식 시행되면서 미성년 자녀가 1명 있더라도 신청할 수 있도록 요건이 완화됐다.
현재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29개 법원에 총 410석 규모의 스마트워크센터가 설치돼 있다. 누적 이용자는 올해 9월 기준으로 1225명에 이른다. 판사들은 소속 법원 외 장소에서 일해도 업무 차질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매일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기일이 잡힌 날엔 당연히 근무지로 출근해 재판을 진행하고, 스마트워크센터에선 주로 기록 검토, 판결문 작성 등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사위는 보고서에서 “원격 근무를 수행하는 경우 재판부 구성원 간 대면 협의, 긴급한 사건 처리, 탄력적인 재판 기일 운영 등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판사가 법원에 상주하지 않는 지방의 사법 수요자는 수도권 주민에 비해 재판 지연 및 부실 등의 문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판사가 지역에 머무르며 주민의 생활 환경 이해도를 높일수록 충실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재직 당시 “기록을 보는 것만으로는 당사자의 진실한 마음을 느끼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판사에게 관사를 제공하고 있는데 원격 근무를 늘리는 건 예산을 중복 투입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은 연방 지방법원 판사가 관할 사법구역에 거주하는 것이 법적인 의무다.
사법 서비스의 질은 판사의 편의보다 중요한 문제다.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