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오르기만 하는 건 없다"…커지는 부동산 피크론
“지금은 실패했지만 회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지금은 축하받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저서 <증권분석>에서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의 문구를 인용했다. 그는 안전 마진을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 개념이 ‘평균 회귀’였다. 오르거나 내리기만 하는 주식은 없으며, 결국 내재가치로 수렴한다는 의미다.

최근 시장은 이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를 등에 업고 급등하던 종목들이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포모(FOMO·소외 공포) 대신 후회가 커졌다. 주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쉼 없이 오르던 금값도 떨어지고,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주요 투자자산이 모두 흔들리는 시기, 시선은 자연스럽게 부동산으로 향한다. 집값은 괜찮을까.
[토요칼럼] "오르기만 하는 건 없다"…커지는 부동산 피크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탄탄해 보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월 첫째주 기준 91주 연속 상승했다. 역대 최장 기록이다. 공급 부족에 전·월세난까지 겹쳐 집값이 쉽게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여전하다. 하지만 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라진 흐름이 보인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13주 연속, 송파구는 9주째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강남구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34억원대에 거래됐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8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상승세가 번지는 양상도 달라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외면받던 주택 유형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빌라 시장이다. 올해 1~9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거래량은 5년 만에 3만 건을 넘어섰다. 7억원 이상 고가 빌라 거래는 1년 전보다 64.1% 늘었다. 9월 평균 매매가격은 3억9810만원으로 2021년 고점을 넘어섰다.

‘나 홀로 아파트’도 관심을 받고 있다. 300가구 미만 소규모 아파트 거래는 올해 1~9월 1만2895건으로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3분기 거래 비중(27.3%)은 대단지를 앞질렀다. 오피스텔 시장도 비슷하다.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17개월 연속 상승했다. 월세 상승률은 2018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 중 일부는 “소형 아파트 단지와 빌라, 오피스텔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실거주 수요가 주변 주택 유형으로 밀려난 풍선효과이자 대표적인 고점 신호”라며 부동산 시장 정점론을 제기했다.

금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에 육박한다. 신규 차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2년 연 2%대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 구입자도 내년부터 달라진 금리를 적용받는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로 집을 산 사람들이 두세 배 늘어난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면 이제 부동산 하락을 준비해야 할까. 기대와 공포가 반복되면서 가격의 진폭이 커지는 것은 변덕스러운 ‘미스터 마켓’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는 평균 회귀의 힘이 작용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 치솟은 가격이 내일 당장 떨어지거나 적정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또 하나 명심할 게 있다. 지금이 정점이라고 해도 부동산 시장이 주식처럼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주식은 투자 자산이지만 집은 필수재다. 실거주 수요가 버티는 한 집값이 바닥을 모르고 무너지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집값이 단기간에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앞으로 계속 오르기만 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만큼 투기적인 사고에 가깝다. 시장의 정점과 바닥을 맞히는데 집착하기 때문이다. 몇 달 뒤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보다 10년, 20년 뒤에도 살아갈 곳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정부의 정책 방향도, 실수요자의 대응도 한결 분명해진다. 정부는 단기적인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주택 공급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실수요자는 소득과 자금 여력, 거주 기간을 고려해 주거 계획을 세우면 된다. 집을 투자 수익률이 아니라 삶의 필수재로 바라본다면 집값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내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집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