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측면 창문에 적용되는 접합유리가 비상탈출용 망치로도 깨지지 않아 침수 등 비상시 탈출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비자 10명 중 8명가량은 측면 창문에 접합유리가 쓰일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한국소비자원은 4일 국내 완성차 6개 브랜드의 판매 차종 47종을 조사한 결과, 36종(76.6%)이 앞좌석 측면 창문에 접합유리를 기본 또는 선택 사양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2종(전체의 25.5%)은 앞·뒷좌석 측면 창문 모두에 접합유리를 기본 장착했다. 기아 K9과 제네시스 G90은 뒷유리까지 접합유리를 기본 적용했다.

접합유리는 두 장의 유리 사이에 특수 필름을 넣어 붙인 유리다. 외부 소음을 줄이고 충격에 강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 비상 상황에서 창문을 깨고 탈출하기는 어렵다.

소비자원이 비상탈출용 망치 4종으로 시험한 결과 강화유리는 모두 깨졌지만 접합유리는 표면에 금만 생겼다. 2.26㎏의 쇠구슬을 떨어뜨린 시험에서도 강화유리는 5m 높이에서 깨지며 관통됐다. 접합유리는 같은 높이에서 금이 갔지만 뚫리지 않았고, 10m에서야 관통됐다. 머리 받침대의 철제 막대를 이용한 탈출도 어려울 수 있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차이를 충분히 알지 못했다. 소비자 1000명 대상 설문에서 76.5%는 측면 창문에 접합유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비상탈출 방법 안내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3.2%, 차량 구매 시 비상탈출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는 응답은 74.8%였다.

제조사들은 접합유리의 소음 차단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비상시 파손이 어렵다는 점이나 장착 위치에 관한 안내는 충분히 하지 않았다. 소비자원은 창유리 안전정보 표시 개선과 측면 접합유리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강화, 출고 시 비상탈출용 망치 제공 등을 권고했다. 제조사 5곳은 안전정보 표시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