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 5호를 수중 발굴중인 잠수사들.
마도 5호를 수중 발굴중인 잠수사들.
4일 오후 충남 태안의 작은 섬 마도 앞바다. 5분 남짓 잠수했다 나온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소속 잠수사들의 손에는 수심 6~7m에서 건져 온 유물들이 들려 있었다. 배에서 나온 고려청자 그릇들이었다.

이곳은 국내 고고학계에서 ‘바다의 경주’라 불리는 해역이다. 땅만 파면 유물이 나오는 경주처럼, 바다 밑에서 옛 배와 유물이 잇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이곳 발굴은 2007년 5월 주꾸미를 잡던 어민의 통발에 고려청자가 딸려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고려·조선 배 4척과 함께 2만8000여 점에 달하는 유물이 발견됐다.
잠수사들이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잠수사들이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이날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마도 앞바다에서 다섯번째 배 ‘마도5호선’의 실체를 확인하고 여섯번째 배 ‘마도6호선’의 흔적도 찾았다고 밝혔다. 5호선은 800여 년 전 고려 수도 개경(지금의 개성)으로 곡식을 싣고 가던 배, 6호선은 경상도에서 출발한 배로 드러났다.

이곳에서 침몰한 배와 유물이 많이 나오는 건 뱃길이 험해서다.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곡식을 싣고 수도로 가던 배들이 지나야 하는 길목이었지만, 물살이 거세고 크고 작은 암초가 많아 사고가 잦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455년(세조 1년) 9월 3일 하루에만 전라도 조운선(세금 곡식을 나르던 배) 54척이 이곳을 지나다 부서졌다고 적혀 있다.

5호선의 흔적이 잡힌 건 지난해다. 수중유산 탐사선이 음파로 유물을 탐지하던 중 배가 묻혀 있다는 단서를 발견했다. 잠수사를 내려보내자 청자 다발 2묶음(87점)과 배 조각이 나왔다. 연구소가 올해 5월부터 이곳을 본격 조사하자 닻에 달아 무게를 더한 돌(닻돌)과 화물을 받치던 통나무, 밧줄, 볏섬, 배 위에서 쓰던 청동 항아리 등 유물 54점이 추가로 나왔다.
마도 5호선에서 발굴된 청자. 국가유산청 제공
마도 5호선에서 발굴된 청자. 국가유산청 제공
배에서 나온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배에서 나온 목간. 국가유산청 제공
정체를 밝혀 준 건 목간(木簡) 26점이다. 목간은 받는 사람과 물건, 양을 적어 짐에 매단 나무·대나무 꼬리표다. 요즘으로 치면 택배 송장이다. 연구소는 ‘정묘년(丁卯年)’이라고 적힌 꼬리표, 함께 나온 유기물의 연대 측정 결과와 청자의 연대를 따져 배가 가라앉은 해를 1208년으로 판단했다. 이 배는 지금의 전남 영암 일대에서 모은 짐을 싣고 개경으로 떠났던 것으로 추정됐다.

또 다른 배인 6호선의 흔적은 2010년 발굴된 마도2호선에서 동쪽으로 100m 떨어진 자리에서 나왔다. 음파 탐사에서 이상 반응이 잡힌 곳을 조사해 보니 청자 기름병과 도기 물병(정병), 청동 숟가락, 볏섬, 목간 등 고려 유물 20여 점이 나왔다. 배 몸체는 아직 찾지 못했다. 목간에는 지금의 경남 사천, 진주 반성면 일대에서 보냈다고 써 있다. 경상도에서 출발한 배의 흔적이 이곳에서 나온 건 처음이다. 마찬가지로 고려시대 배로 추정된다.
마도 해역. 국가유산청 제공
마도 해역. 국가유산청 제공
연구소는 올해 수중 조사를 이번 주에 마치고, 내년에 5호선 해역 발굴을 이어갈 예정이다. 6호선의 정체를 밝히는 정밀 발굴도 시작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