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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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한 개인과 기업을 찾아 최대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내년 예산안에 65억원 가까이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정 기준이 불명확하고, 일회성 포상으로는 지속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1000만원·기업 1억원…분기마다 포상

4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7년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대한민국 AI숨고찾기 프로젝트' 예산으로 64억91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운영지원 예산에 포함된 사업이다. AI를 활용해 업무방식을 개선하거나 조직 내 AI 활용 문화를 확산한 개인과 기업을 발굴해 포상하는 게 목적이다.

포상 규모도 상당하다. 개인 200명에게 1000만원씩, 기업·기관 40곳에는 1억원씩 지급한다. 매 분기 개인 50명과 기업·기관 10곳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연간 포상금만 60억원에 달한다. 행사 개최와 홍보영상 제작, 광고료 등에 4억원을 별도 배정했다. 나머지는 출장 여비와 자문 수당, 회의 운영비 등으로 편성했다.

정부는 기존 AI 경진대회만으로는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AI를 활용해 온 개인과 조직을 발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별도 지원 없이 AI를 활용하거나 개발해 업무 혁신을 이끈 '숨은 고수'를 찾아 격려하겠다는 취지다. 후보자는 '사연 중심 제보'로 발굴하고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분과위원들이 참여하는 평가위원회에서 심사할 계획이다.

위원회 운영지원 예산 전체는 올해보다 72억6200만원 늘어난 132억4000만원으로 편성됐다. 이 가운데 AI숨고찾기 프로젝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개인의 AI 활용 사례뿐 아니라 AI 친화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한 기업과 기관도 발굴할 방침이다.

"무슨 기준으로 뽑나"…실효성에 의문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제작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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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사업의 포상 대상부터 객관적으로 가려내기 어렵다고 짚었다. 정부가 제시한 'AI 혁신·확산', '우수 AI 활용 문화', 'AI 친화적 환경' 등의 선정 기준이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AI 모델의 성능과 달리 조직의 AI 활용 문화나 업무 혁신 성과는 객관적인 지표로 측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분기마다 수십 명의 개인과 기업을 선정하는 방식도 문제로 꼽았다. 같은 기준으로 연간 전체 후보자를 비교하기 어려운 데다 심사 기간도 짧아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회성 포상금이 장기적 AI 기술 개발이나 산업 생태계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고 봤다.

포상금이 정작 정부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미 AI 활용 환경을 갖춘 기업을 포상하는 구조여서 자본과 인프라가 풍부한 기업에 지원금이 집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영세기업이 받는 1억원은 원천기술을 확보하거나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에는 규모가 작다고 평가했다.

포상금 용도도 정부 예산 편성 지침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 예산 편성 지침상 포상금은 국가와 사회의 공익을 위한 행위를 장려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기업이 자체적인 경영 효율화나 업무 개선을 위해 AI를 활용한 것을 '공익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판단이다.

법적 근거도 논란…기술 개발 직접 지원 대안

사업을 추진할 법적 근거 또한 문제로 지목됐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AI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국가 최상위 전략기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위원회와 지원단이 직접 포상금을 지급하는 재정사업을 수행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AI 산업 진흥뿐 아니라 규제와 신뢰성 확보까지 다루는 위원회가 특정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정부는 기존 경쟁형 공모전의 한계를 보완해 자발적인 AI 활용 문화를 확산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AI 활용 사례를 공개 모집하고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당국과 협의해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는 입장. 다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근거로 제시한 '행정기관의 공모전 운영에 관한 규정'도 이 사업의 포상금 지급 근거로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해당 예산을 AI 스타트업 등의 기술 개발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책처는 "일회성 포상금 방식으로는 기술 개발의 지속성이나 장기적인 AX(AI 전환) 생태계 확장으로 연계되는 지속 가능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관계자는 “'대한민국 AI 숨고찾기 프로젝트'는 단순 기업 지원을 넘어, 개인의 비용과 헌신으로 조직 내 AI 혁신을 이끌어낸 'AI 챔피언'을 발굴·포상함으로써 우수 혁신 사례가 개별 경험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산·지속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 취지를 반영하여 평가 기준과 심사·검증 절차를 한층 구체화하겠다”며 “위원회는 사업의 기본 방향과 정책 심의에 집중하고, 실무 집행은 전문 체계를 갖춘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등 독립성과 집행 효율성을 높이는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