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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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은 기록적인 AI(인공지능) 투자와 공급 제약으로 인한 반도체 업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략)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AI 기업들의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AI 서버 인프라 투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 올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AI 인프라 투자는 소수 업체의 선제적 투자에 의존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기업과 국가 차원으로 투자 주체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 조정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AI 인프라 투자의 성장세는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SK하이닉스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황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한편에선 이 같은 장및빛 전망과 대조되는 관측을 내놓는다. 주요 금융기관과 전문가들은 차입에 의존한 투자 확대, 수익화 지연 등이 맞물려 금융시장 충격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시총 2조달러 증발"…금리 인상 압력 '촉각'

이미지=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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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나스닥100지수에서 시가총액 2조달러 이상이 증발했다. 빅테크 실적발표를 계기로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쏟아진 영향이다. 일부 빅테크의 경우 채권 보험 비용이 급등했다. 데이터센터 사업 자금조달에도 차질이 빚어진 상태다.

가장 큰 뇌관은 금리 인상 압력이다.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충격과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물가를 자극해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진 상황.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데 일부 투자자들은 이를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험' 신호로 받아들고 있다.

영국 재무장관과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회장을 지낸 짐 오닐은 "금리 상승은 언제나 가장 취약한 곳을 찾아내 드러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 압력이 거세져 AI 분야로 유입되는 막대한 차입 기반 투자에 경고등이 켜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훈 서강대 가상융합전문대학원 교수도 "지금은 AI 기업들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그걸 막대한 자본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자본으로 버티는 시기이면서 AI·AI 반도체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는 시점이 맞물려 있는데 여기에 촉발제(금리 인상)가 하나만 더 붙으면 (AI) 버블은 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을 지낸 실리 베어는 "레버리지가 쌓이고 있고 AI 기업들은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부채에 훨씬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정부도 부채에 짓눌린 실정으로 위기 대응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란 지적이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부채는 사상 최대인 350조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경제 규모의 약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대니얼 핀토 JP모건 부회장은 시장이 AI에 관해 "낙관적"이라면서도 관련 기업의 매출·이익 증가를 지나치게 가파르게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부문에서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은 선택을 잘못해 돈을 잃는 상황을 겪을 것"이라면서 분산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AI 투자, 자금조달 능력·수익성 '예의주시'

당장은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단스케은행은 미국 주요 빅테크들이 내년 AI 인프라 투자에만 1조2000억달러를 쏟아부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보다 3000억달러 더 늘어나는 셈이다. 미국 S&P500지수 중 40% 이상을 테크·AI주가 차지한 상황에서 AI 투자가 흔들리면 충격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자금 수요와 조달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S&P는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오라클·메타·스페이스X 등 미국 6대 하이퍼스케일러가 2025~2030년 AI 관련 설비투자에 7조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소 내년까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나타낸다는 관측이다. 아시아·태평양 테크기업들은 올 1~3분기 1258억달러를 조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360억달러)보다 3배를 웃돌았다. 알파벳도 지난 2일(현지시간) 60억유로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국내에서도 AI 인프라 투자 규모보다 자금조달 능력과 수익성을 검증하는 데 주목하는 추세다.

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를 활용해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공개된 복수의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한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 등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외부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공통된 분석이 제시됐다. 서버·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건물과 전력·냉각설비에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지출이 자체적인 현금창출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 투자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지면서 회사채·주식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을 보완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 확대·서버 실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일부 기업의 신용위험을 산업 전반에 걸친 위험 신호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수요가 견조해도 금리 상승·경기 둔화로 신용여건이 악화할 경우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동시에 울린다. 일부 회사채에서 나타난 불안이 기업 대출 등으로 번지는 일은 제한적이란 평가와 순환금융을 통해 투자·대출 위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맞섰다.

에픽AI는 "시장은 대형 하이퍼스케일러와 재무 취약 기업을 구분해 보는 국면에 들어섰다"며 "기업별 자금조달 비용과 현금창출력이 주가와 투자 집행의 차별화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