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미국 캔자스주에서 중간선거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 캔자스주에서 중간선거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 선거에서 나온 블루웨이브(민주당 압승)의 배경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산파 역할을 했던 MAGA(백인 강성 보수층)·백인 블루칼라(노동자층)·히스패닉 노동자 동맹의 균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20대 청년층 표심도 대거 민주당으로 옮겨간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2기 본격화한 관세 정책과 강경 이민 단속 등의 파급효과가 각 지지층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면서 지지 기반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4일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압승, 공화당 참패의 원인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사실상 해체된 것이 꼽힌다. 우선 20대 청년층 표심이 민주당으로 기울었다. 이날 AP의 유권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미국 ‘18~29세’ 투표자 10명 중 7명이 민주당 하원 후보를 지지했다. 공화당 텃밭 텍사스에서 38년 만에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제임스 탈라리코)이 당선된 데도 20대 청년층의 몰표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CNN)이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청년층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44%에 달했다.
3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사진은 민주당 소속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가 당원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EPA 연합뉴스
3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사진은 민주당 소속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가 당원 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 EPA 연합뉴스
2024년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 표를 줬던 히스패닉 커뮤니티에도 균열이 생겼다. AP는 “히스패닉 투표자의 약 60%가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며 “민주당 우위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대졸 미만 저학력 백인 유권자 지지층에 흑인남성·히스패닉·청년층의 지지를 추가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동 전쟁을 밀어붙이고, 고율의 관세 부과에 이민자 추방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지 기반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생활비 개선을 기대했던 노동자, 추방을 우려하는 히스패닉, 전쟁에 반대한 청년층을 정책으로 실망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흑인·히스패닉 지지층의 이탈을 부추긴 직접적인 원인은 경제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분석된다. 고율 보복 관세로 대표되는 보호무역주의와 중동 전쟁이 휘발윳값 등 취약계층의 생활 물가를 자극하며 지지층을 실망시켰다. 조사 결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약 70%가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 단속 과정에서 MAGA의 뿌리인 백인 저학력 노동자층과 공화당 지지 세력으로 변신했던 히스패닉 노동자층 사이의 갈등도 깊어졌다. 강성 MAGA 진영은 ’더 강력한 국경 봉쇄‘와 ’일자리 우선 정책‘을 요구했다. 강경해진 이민 단속 과정에서 히스패닉 커뮤니티의 불안감은 증폭됐고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청년층 이탈엔 중동 전쟁과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AP 조사에서 청년 투표자의 약 절반은 “미국의 현 상황에 분노한다”고 답했다.

‘소수인종은 민주당, 백인 노동자는 공화당’이란 전통적 공식을 깼던 트럼프 지지 동맹은 중간 선거를 계기로 사실상 해체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NYT는 이날 “전국 각지 중간선거에서 충격적인 이변이 발생하며 트럼프에 대한 전국적인 반발이 일어났다”고 짚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