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맨체스터메모리얼고등학교에서 선거 관리자가 현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로이터
투표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의 맨체스터메모리얼고등학교에서 선거 관리자가 현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로이터
“작년에는 갤런당 2달러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지금은 갤런당 4달러대로 치솟았어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고 나서 좋아진 건 모르겠고 나빠진 것은 알겠어요.”(리아나 킹·34)

“2년 전에는 투표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하러 가야 할 것 같아요. 아마 민주당을 찍겠죠.”(미겔 로저스·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결정하게 될 중간선거가 3일(현지시간) 시작됐다. 투표소 안팎에서 만난 시민 중 상당수는 물가, 특히 기름값에 대한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다. 2년 전 공화당이 대통령 선거와 상원 및 하원을 휩쓸며 대승을 거뒀던 ‘레드 웨이브(공화당 돌풍)’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고, 빈 자리에는 이란 전쟁과 기름값에 대한 불만이 들어찼다.

미국 경제 전반의 성적표는 여전히 좋은 편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미국 경제의 상황에 대해 지난 9월에 썼던 ‘견조한 성장세’ 대신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업률(4.2%)도 낮다. 기업의 설비 투자가 늘고 있고, 일자리도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전체 경제 지표를 체감할 수 없다고 여기고 있다. 이들에게는 기업 설비투자보다 당장 매일 체감하는 물가 상승과 이로 인한 경제적 여력(어포더빌러티) 감소가 훨씬 중요한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10월30일~11월1일, 2163명 대상, 오차범위 ±2.5%포인트)에서 응답자의 68%는 트럼프 대통령의 물가 상승과 생계비 대처 방식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유권자의 변심 분위기는 도시보다 시골에서 더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딥 레드’ 지역들에서 돌아서는 움직임이 잇따르는 것은 공화당에 뼈아픈 소식이다. 캔자스주에서 4000㎡ 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제프 프라이서 가족은 지난해보다 비료값을 51만4625달러, 경유값을 18만7000달러 더 썼고 철강관세 때문에 농기계 등 부품값을 1만달러 더 써야 했다고 CBS에 밝혔다.

이 와중에 무역 전쟁으로 농산물 수출이 줄어들면서 수입은 32만5000달러 쪼그라들었다. 프라이서 씨는 “분노한 농부들이 많다”고 했다. 농장이 내년까지 버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의 아버지는 생애 처음으로 민주당을 찍기로 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캔자스에서 대형 교회 목사인 애덤 해밀튼 상원의원 후보(민주당)가 공화당 현역 상원의원인 로저 마셜 후보를 상대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일 수 있는 배경이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캔자스, 오하이오, 아이오와, 텍사스 등과 같은 ‘텃밭’을 내줄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텍사스 댈러스 출신 팀 애비게일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그래도 미국 경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나폴리스(메릴랜드)=이상은 특파원
텍사스 댈러스 출신 팀 애비게일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그래도 미국 경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나폴리스(메릴랜드)=이상은 특파원
물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메릴랜드 주 애나폴리스에서 만난 텍사스 댈러스 출신 팀 애비게일 씨(64)는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증시가 대체로 올라서 은퇴 후 삶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스캐롤라이나 주민인 헬렌 네니치카 씨(65)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지지하는 문화적·경제적인 가치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 그는 여러 차례 정부부채를 줄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언급하면서 그가 미국을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제 자리에 돌려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전투표 참여자 수가 4년 전보다 최소 25% 이상 늘어난 것도 민주당의 ‘블루웨이브’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통상 사전투표자 비중의 급증은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된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모든 주요 지표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블루 쓰나미(민주당 압승)’의 위협이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을 향해 밀려오는 중”이라고 전했다.

중간선거에서 '블루 웨이브'가 일어날 경우, 증시에는 상대적으로 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로헤지에 따르면 JP모간 마켓인텔리전스 팀은 블루웨이브가 올 경우 S&P500지수가 0.25% 하락에서 0.5% 상승에 이르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규제 우려로 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고, 트럼프 정부에 기부한 빅테크 기업인에 대한 조사 리스크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하원은 민주당, 상원은 공화당이 차지할 경우에는 증시가 0.5~1%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예산을 둘러싸고 의회가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운영중단)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우려도 감소한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페어팩스(버지니아)·애나폴리스(메릴랜드)=이상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