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드는 건 AI 활용한 '인간'…조직 재설계·실험 필요" [글로벌인재포럼 2026]
"1800년 이후 인류가 자동화만 해 왔다면 우리에겐 값싼 직물 정도가 전부일 겁니다. 백신도, 로켓도, 컴퓨터도 없겠지요. 물질적 번영은 자동화가 아니라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산업을 개발하는 데서 옵니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겸 미래 일자리 프로그램 디렉터는 4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AI가 몰고 올 '일의 미래'에 대해 이 같이 전망했다. 그는 생성형 AI가 등장하기도 전인 2013년 직업의 자동화 위험을 분석한 논문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프레이 교수는 생성형 AI가 일감을 떨어지게 만들고 임금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사람이 하던 일을 그대로 자동화해 대체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가 예로 든 건 누구나 실시간으로 지도를 볼 수 있는 GPS 기술이다. GPS는 도시 구석구석 길을 외우고 다니는 능력을 값싸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이 택시를 몰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경쟁이 심화했고 기존 택시기사들의 수입은 줄어들었다. 다만 인간의 모든 업무 영역에서 자동화가 일어난다는 우려는 과장됐을 수 있다는 게 프레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사람이 하던 절차를 그대로 복제해서 자동화한 것은 거의 없다"며 "여전히 인간이 마지막 작업을 검증해야 완성이 된다"고 말했다.

프레이 교수는 기술을 '대체형 기술'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로 구분했다. 대체형 기술은 인간이 하던 업무를 단순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엘리베이터를 수동 조작하던 운전원이 자동 엘리베이터로 완전히 사라진 게 그 예다. 반면 가능성을 열어주고 인간을 보완하는 기술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끈다. 프레이 교수는 해당 기술의 사례로 망원경을 꼽으며 "망원경은 단 한 명의 인간도 대체하지 않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새로운 일, 예컨대 우주 관측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만드는 건 AI 활용한 '인간'…조직 재설계·실험 필요" [글로벌인재포럼 2026]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일까. 프레이 교수는 AI가 내연기관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양산하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연기관의 발명은 자동차와 수많은 부품 제조업을 탄생시켰고 도로를 이용한 상업활동이 잇따르며 고용을 대거 창출했다. 프레이 교수는 "AI는 그런 일자리를 만들어내진 못할 것"이라며 그 이유로 AI가 새로움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선 적응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혁신에는 사람이 관여할 것이고, 사람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일자리는 사람이 AI를 활용해 새 제품과 산업을 개발할 때 생긴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컴퓨터 혁명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곳은 하위 구성원에도 의사결정 자율성이 부여된 분권화된 기업"이라면서 "AI 시대에서도 이런 실험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레이 교수 외 다른 기조세션 발표자들도 AI를 활용하는 사람과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신지현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오피스 본부장은 "기업의 89%가 AI를 도입했지만, AI로 의미있는 이익 성장을 이룬 곳은 10% 미만"이라며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프로세스에 대한 변화 관리"라고 말했다. 이지연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아세안 인사부문 디렉터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없이 기술만 들이면 어제의 문제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게 된다"고 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