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앙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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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각각 토론회에 나섰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어느 행사장을 찾느냐가 사실상 '세력 점검'의 장이 된 셈이다. 오 시장이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선두로 올라선 가운데, 보수 진영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유산 보존과 도시의 미래, 공존의 길을 찾다' 정책토론회에는 국민의힘 현역 의원 38명이 몰렸다. 서울시와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함께 마련한 행사로, 오 시장이 참석했다.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자리했다. 권영세·나경원·조정훈·김재섭 등 서울 지역 의원뿐 아니라 이종배·조배숙·성일종 등 지역구가 서울이 아닌 중진들도 대거 얼굴을 비쳤다. 소규모 간담회실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면서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는 말이 나왔다.

30분 앞서 의원회관 다른 장소에서는 한 의원이 김기현·윤상현 의원과 공동 주최한 '정당개혁,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6선 주호영 의원이 축사를 맡았고, 친한계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의원 18~19명이 참석했다. 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당대표에게 집중된 공천 구조를 비판하며 공천권을 국민과 당원에게 돌려주는 상향식 공천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같은 시각 박성훈 의원이 주최한 보험 소비자 보호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행사에는 15명가량의 의원이 자리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 대표는 오 시장 토론회에 들른 데 대해 "당대표로서 참석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두 행사장을 오간 '겹치기 참석' 의원도 적지 않았다. 오 시장과 한 의원 토론회에 모두 들른 의원은 13명으로 집계됐다. 세 행사장을 모두 방문한 의원은 서명옥 의원 한 명뿐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 109명 가운데 60명은 세 토론회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영남권 의원 상당수가 불참해 당내에서는 아직 관망하는 기류가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참석 의원은 "행사가 겹치면서 미묘한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세 사람은 큰 틀에서 '보수 통합'에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서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오 시장은 "한동훈 의원을 비롯해 누구라도 찾아뵙고 대화를 통한 화합과 통합을 모색하겠다"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장 대표는 갈등을 키우는 방식의 통합은 본질에 어긋난다며 당원들의 뜻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 지형도 요동치고 있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는 오 시장이 2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 의원 14.3%, 장 대표 12.7%,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11.7% 순이었다. 오 시장은 직전 조사(10월 17~19일)보다 8.4%포인트 오른 반면, 당시 1위였던 한 의원은 18.7%에서 4.4%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변화가 더 컸다. 오 시장이 36.9%로 장 대표(25.7%)와 한 의원(22.9%)을 앞섰다. 직전 조사에서는 장 대표 31.0%, 한 의원 30.0%, 오 시장 23.6% 순이었다. 다만 중도층에서는 한 의원 17.4%, 오 시장 16.0%, 김 대표 15.2%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른 조사에서도 흐름은 비슷했다. 비전코리아가 올리서치 의뢰로 지난달 31일~이달 1일 전국 성인 1024명에게 여야 정치인 10명 가운데 차기 대통령감을 물은 결과, 오 시장이 18.4%로 직전 조사보다 6.7%포인트 올랐다. 장 대표가 13.6%, 한 의원 12.6%, 김 대표 12.4%로 뒤를 이었다.

오 시장의 상승세는 지난달 23일 서울고법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뒤 나타났다. 다만 조사들은 응답자에게 판결에 대한 인식이나 선택 이유를 묻지 않아, 판결과 지지율 변화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와 한 의원 간 격차도 오차범위 안팎에 머물러 있어 보수 진영의 판세는 당분간 유동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원씨앤아이 조사는 휴대전화 RDD 방식의 자동응답(ARS)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3.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