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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애면 없앨수록 또렷해지는 나무
사진작가 이명호 개인전
갤러리현대·사비나미술관 등서
사물을 분리하는 작품들 전시
갤러리현대·사비나미술관 등서
사물을 분리하는 작품들 전시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no)thing’은 그가 이 화랑에서 8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근작 30여 점이 전시장에 나왔다.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 덕수궁 회화나무를 각각 찍은 두 연작이 중심이다.
적도 부근의 키리바시는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땅과 주민들의 삶터가 바다에 잠길 위기에 놓인 곳이다. 사진 속 피사체를 칼로 긁어 지운 작품들을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인화한 키리바시 사진에서 맹그로브 나무와 수평선을 직접 긁어 들어냈다. 수술용 메스와 건축용 나이프를 썼다. 긁힌 자국만 남은 빈자리로 인해 나무의 존재감은 더 선명해졌다.
2층의 ‘헤리티지’ 연작은 덕수궁 선원전 터의 회화나무를 담았다. 선원전은 조선 왕들의 초상화(어진)를 모시던 건물로, 1919년부터 일제가 헐기 시작해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회화나무는 그 터에서 약 250년을 살아온 나무다. 작가는 계절과 날씨를 바꿔 가며 이 나무를 찍었다. 나무를 긁어내 온전한 사진과 나란히 걸기도 했다. 갤러리현대 전시는 12월 20일까지.
서울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도 그의 개인전 ‘장막과 장면 사이 혹은 너머’를 볼 수 있다. 근작 중심인 갤러리현대 전시와 달리 사비나미술관 전시는 지난 20여 년 작업을 되짚는다. 작품 59점이 나왔고 작가가 작업 구상을 정리한 개념도도 처음 공개됐다. 사비나미술관 전시는 12월 13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