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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부터 베토벤까지…80분간 휘몰아친 '초록빛 E조'
올라프손 독주회
오푸스 109 앨범 수록곡 연주
E장조와 E단조로 연주곡 골라
오푸스 109 앨범 수록곡 연주
E장조와 E단조로 연주곡 골라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은 이 앨범을 실연으로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인터미션 없이, 곡 사이에 박수 칠 틈도 주지 않고 다섯 곡을 80분 동안 연달아 연주했다. 구성 자체가 하나의 해석이었다. 공연은 E장조에서 출발해 E단조의 곡들을 거쳐 E장조로 돌아왔다.
첫 곡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1권 중 전주곡 9번(E장조). E장조 특유의 밝고 평온한, 서정적인 선율이 흘렀다. 1분 20초 남짓한 짧은 곡이 80분 대서사의 출발점이 됐다. 평온하던 공기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7번(E단조)에서 금세 비극으로 기울었다. 올라프손은 페달을 상대적으로 적게 밟아 웅장함을 덜어내고 맑고 투명한 소리를 빚었다.
이어진 곡은 바흐의 파르티타 6번(E단조)이었다. 하프시코드를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 피아노로는 성부를 또렷하게 나누기가 까다롭지만, 올라프손은 정밀한 타건으로 각 성부를 선명하게 살려냈다. 건반에 고개를 파묻고 연주하는 모습은 글렌 굴드를 떠올리게 했고, 때로는 마법을 부리듯 한 손을 허공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6번(E단조)에선 젊은 슈베르트의 풋풋하면서도 깊은 서정이 묻어났다.
대미를 장식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번(E장조, 작품번호 109). 고음역의 트릴과 아르페지오가 별빛처럼 쏟아지는 3악장이 하이라이트였다. 폭풍 같은 변주가 지나간 뒤 음악은 처음의 주제로 돌아와 고요하게 끝났다.
올라프손은 고전 레퍼토리도 그만의 리듬감을 더해 다른 장르처럼 들리게 했다. 의상도 독특했다. “E조성에서 초록빛을 느낀다”고 말해 온 그는 초록색 벨벳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그의 독특한 타건과 해석은 초록빛을 넘어 아이슬란드의 풍경까지 상상하게 했다.
앙코르에서는 자신을 도이체 그라모폰의 간판스타로 만든 필립 글래스 앨범 중 에튀드 6번을 포함해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프랑스 작곡가 라모의 곡 두 곡을 들려줬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