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삼겹살 음식점에서 이른바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소주 시장 1위 하이트진로가 이르면 이달 소주와 맥주를 섞은 캔 제품을 내놓는다. 선양소주가 먼저 뛰어든 ‘완제품 소맥’ 시장에 대형 주류업체까지 가세하는 것이다. 최근 소주 ‘찰랑’을 출시한 오비맥주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소주·맥주 소비가 나란히 줄어드는 가운데 두 주종을 결합한 소맥이 주류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선양이 연 소맥캔 시장, 하이트진로 가세

선양 오크소맥을 개인 SNS 채널에 소개하고 있는 조웅래 회장. 선양소주 제공
선양 오크소맥을 개인 SNS 채널에 소개하고 있는 조웅래 회장. 선양소주 제공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이르면 이달 중 알코올 도수 6도 안팎의 소맥캔을 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소주와 맥주를 따로 사서 섞지 않아도 캔을 따면 바로 마실 수 있는 485ml용량의 제품이다. 참이슬·진로와 테라·켈리를 보유한 하이트진로가 두 주종의 제조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군을 확대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소맥은 국내에서 익숙한 음용 방식이지만 그동안 대형 주류업체들은 완제품 출시에 신중했다. 소주와 맥주를 각각 판매하던 수요가 소맥캔으로 옮겨가면 신제품 매출이 늘어도 기존 제품 판매는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주종을 모두 주력으로 삼는 업체일수록 신규 수요 확보와 기존 매출 잠식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했다.
10일 선양소주가 출시한 선양 오크 소맥. 선양소주 제공
10일 선양소주가 출시한 선양 오크 소맥. 선양소주 제공
이 틈을 먼저 파고든 곳은 충청권 주류업체 선양소주다. 선양소주는 지난 6월 수제맥주 업체 세븐브로이맥주와 손잡고 ‘선양 오크소맥’을 국내 처음으로 출시했다. 라거 맥주 450mL에 선양오크 소주 40mL와 오크통 숙성 쌀 증류식 소주 원액 10mL를 배합한 제품이다. 용량은 500mL, 알코올 도수는 5.7도다.

선양 오크소맥은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에 입점했고, 출시 40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캔을 넘어섰고, 3개월 만에 200만 캔을 판매했다. 자체 주력 맥주 브랜드가 없는 선양소주는 기존 맥주 매출이 줄어드는 부담이 작고, 세븐브로이는 생산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협업이었다. 지역 소주업체가 편의점 유통망을 통해 전국 소비자를 공략한 사례이기도 하다.

오비·롯데도 주시…줄어드는 술 시장 쟁탈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롯데칠성음료와 오비맥주도 소맥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다만 두 회사의 브랜드 전략은 다르다. 처음처럼·새로와 클라우드를 보유한 롯데칠성은 맥주 본연의 맛을 강조하며 소맥과 거리를 뒀다. 올해 선보인 클라우드 광고의 콘셉트는 ‘맥주, 그 자체로 완벽’이다. 배우 이준혁이 “기껏 맥주에 물 타지 않았더니 소주를 탄다는 건 뭘 모르는 거지”라고 말하는 광고를 통해 소주를 섞지 않고 즐기는 맥주라는 점을 내세웠다.

반면 오비맥주는 지난 9월 말 알코올 도수 15도의 제로슈거 소주 ‘찰랑’을 출시하며 소주와 맥주를 함께 판매할 기반을 마련했다. 카스로 확보한 음식점·주점 영업망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지난달 27일 오비맥주가 밝힌 찰랑 취급 매장은 전국 2848곳으로, 출시 한 달 만에 3000곳에 육박했다. 카스에 경쟁사의 소주를 섞어 마시던 소비자가 카스와 찰랑을 함께 고르도록 유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쟁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기존 주류 시장의 위축이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희석식 소주 출고량은 79만3000kL로 전년보다 2.8% 줄었다. 2022년 86만2000kL에서 2023년 84만4000kL, 2024년 81만6000kL에 이어 3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맥주 출고량도 151만9000kL로 7.2% 줄었다.

소주 시장 점유율 하이트진로가 66.2%

기존 소주 시장의 경쟁 구도도 단단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주류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판매량 기준 소주 시장 점유율은 하이트진로가 66.2%, 롯데칠성음료가 17.6%였다. 두 회사의 합계가 83.8%에 달한다. 무학은 6.0%, 선양소주는 2.6%였다. 후발 업체가 기존 병 소주만으로 전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구조다.

소맥캔 경쟁은 지역 업체의 신제품 실험에서 대형사의 브랜드와 유통망이 맞붙는 구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선양소주가 전국 편의점을 통해 지역 기반을 넘어섰다면, 하이트진로는 소주 1위의 브랜드 경쟁력을 새로운 제품군으로 확장할 수 있다. 집이나 캠핑장에서 소주와 맥주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을 앞세워 얼마나 새로운 수요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맥캔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소맥을 간편하게 즐기도록 만든 제품인 만큼 첫 구매를 유도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며 "기존 소주·맥주 소비를 옮겨오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음용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시장의 성장성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