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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IP만으론 돈 못 벌어…굿즈·게임도 함께 만들어야죠"
인터뷰 -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투자자들에 수익성 확신 못 줘
여러 장르 제작사와 협업 중요
'한국형 제작위원회' 도입 계획
투자자들에 수익성 확신 못 줘
여러 장르 제작사와 협업 중요
'한국형 제작위원회' 도입 계획
김윤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최근 서울 다동 CKL기업지원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단순히 제작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서 콘텐츠 산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물꼬를 터보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K콘텐츠, 하나만 잘해선 생존 못해”
김윤지 원장은 K콘텐츠가 외화내빈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한국형 제작위원회’ 시스템을 들고나왔다. 하나의 IP를 중심으로 방송·웹툰·게임·캐릭터 등 다양한 장르의 제작사와 투자·유통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콘텐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협력하는 모델이다.“한국의 콘텐츠가 여러 장르에서 글로벌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국내 생태계에서는 자본 경색을 겪고 있어요. 저는 그 이유가 ‘돈이 되느냐’는 자본시장의 물음에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김 원장은 “콘텐츠로 돈을 벌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투자가 안 들어오는 것”이라며 “IP 비즈니스 다변화가 시장 활성화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콘텐츠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IP 소유권’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고 판단한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제작비를 부담하는 대신 IP 권리를 가져가는 ‘매절 계약’이 확산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콘진원이 OTT특화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IP 확보형’ 트랙을 따로 두는 등 최근 국내 제작사가 IP를 보유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정작 수익으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찾지 못한다”고 했다. 개별 콘텐츠 흥행에만 의존하다 보니 IP를 소유해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제작비가 치솟으면서 과거와 달리 드라마는 드라마만으로, 게임은 게임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미 글로벌 콘텐츠 업계는 단일 장르 IP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있다” 고 말했다.
콘텐츠의 흥행 여부를 따지는 대신 기업의 수익구조와 시장의 자본흐름을 짚는 시선은 김 원장의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을 지내며 K콘텐츠 금융 인프라 조성을 골자로 한 연구와 정부 자문을 수행해 온 ‘한류 노믹스(한류+경제학)’ 전문가라는 점에서다. 지난 6월 취임 후 콘진원 지원체계의 무게중심을 ‘만드는 일’에서 ‘돈 되게 하는 일’로 청사진을 그리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콘진원은 올해 본예산 기준 7000억원이 넘는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콘텐츠 관련 산업 핵심 진흥기관이다.
◇“IP 확장 가교 기능할 것”
이런 청사진의 첫 단추로 김 원장이 제시한 사업이 한국형 제작위원회 도입이다. 김 원장은 “의사결정이 더디고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일본식 제작위원회와 달리 하나의 장르에 머무는 IP를 다른 사업으로 확장하는 협력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콘진원이 투자금을 끌어오거나 권리 배분 문제를 조율하는 간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소규모로 시범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며 우선 작게나마 민간 기업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김 원장은 한국형 제작위원회가 시장에 착근하려면 콘진원 기능도 고도화해야 한다고 봤다. 지원 예산을 나눠주거나 기업 간 협업을 중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투자에 참여해 수익을 내면서 이를 다시 새 콘텐츠에 투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콘진원은 연간 168개의 지원사업을 진행하는데, 예산마다 용도·용처가 정해져 있어 장르 간 벽을 허물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사업 간 예산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원장은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높다면 그에 걸맞은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콘진원이 가치평가에 이어 보증과 은행 대출 연계까지 담당하는 체계를 갖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