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독일 전역은 ‘젠지레겔트’(Gen Z regelt·Z세대가 해결한다)라는 구호로 들썩였다. 2일 관련 단체에 따르면 이 시위에 약 10만 명이 참여했다. 기성세대가 키운 연금과 재정 부담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는 군복무 의무까지 젊은 세대가 떠안게 됐다는 데 대한 반발이다.

특히 정부의 군복무 확대 정책이 시위 확산에 불을 지폈다. 수입 등에 따라 정확히 가늠하기 힘든 조세 부담 증가와 달리 직접적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2011년 징병제를 중단한 독일 정부는 필요한 병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방의회 표결을 거쳐 의무 복무로 전환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모든 18세 남성은 병역 의사를 묻는 설문에 응답해야 하고 2008년 이후 출생 남성은 내년부터 군복무를 위한 신체검사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한다. 시위 주최 측 대변인은 “의무 복무에 반대하며 부담이 보다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청년층이 이미 기성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한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독일은 베이비붐 세대 은퇴로 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는 데 비해 보험료를 낼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있다. 독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임금의 18.6%인 법정 연금 보험료율은 2028년 19.9%, 2030년 20.0%, 2039년 21.1%로 오를 전망이다. 이 와중에 연금 소득대체율은 2031년까지 48%로 유지돼 연금 수급자가 받는 피해는 없다.

반면 청년층이 수혜를 누리는 교육 인프라 투자는 소외되고 있다. 독일개발은행(KfW)에 따르면 부족한 학교 인프라 투자 예산은 689억유로(약 103조원)로 분야별 부족액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 시위대 참가자는 로이터통신에 “정부는 우리의 우려에 아무런 답도 내놓지 않은 채 계속 예산을 삭감하고 우리에게 더 많은 부담만 떠넘긴다”고 주장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