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Z세대 시위에 뜬 배트맨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위 현장에서 배트맨 복장을 한 사람이 불타는 쓰레기통 앞에서 손으로 브이(V) 표시를 하고 있다. 이날 독일 34개 도시에서 교육·복지 예산 삭감, 군 징집, 생활비 상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AP연합뉴스
< 독일 Z세대 시위에 뜬 배트맨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위 현장에서 배트맨 복장을 한 사람이 불타는 쓰레기통 앞에서 손으로 브이(V) 표시를 하고 있다. 이날 독일 34개 도시에서 교육·복지 예산 삭감, 군 징집, 생활비 상승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AP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낮췄다. 재정 적자 확대와 국채 금리 상승으로 신용 여건이 악화하고, 대규모 시위까지 이어져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 생활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하면서 유럽 각국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대응할 여력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佛 신용등급 전망 하향

피치는 프랑스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평가는 향후 재정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를 뜻한다.

이번 발표는 피치의 정기 평가 일정에 없던 조치다. 피치는 “프랑스의 최근 상황이 정기 평가를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인 조치에 나설 정도로 달라졌다”며 “지난 8월 평가 이후 프랑스의 신용 여건이 악화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신용전망 안정→부정…유럽 전역 '핼러윈 시위' 불길
피치는 부정 전망의 이유로 재정 적자 확대와 국채 금리 상승, 성장세 둔화를 꼽았다. 프랑스의 부채 수준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15.7%에서 2028년에는 124%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8월 평가에서는 2028년 부채 규모가 GDP 대비 122.7%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이번에 1.3%포인트 늘었다.

프랑스의 올해와 내년 재정 적자 규모는 각각 GDP 대비 5.4%, 5.5%로 예상했다. 국가부채를 안정시키기 위해 줄여야 할 재정 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8월에는 필요한 재정 조정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0%로 예상했다. 이번 평가에서 3.5%로 높였다.

◇‘시위 몸살’로 역성장

최근 불안한 정치 상황이 재정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는 내년 재정 적자를 GDP 대비 5%로 낮추는 내용의 예산안을 내놨다. 하지만 집권당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예산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달 31일에도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 부담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피치는 “공공지출의 상당 부분은 정치적으로 줄이기 어려운 데다 이미 세금 부담이 높은 수준이어서 추가 세수 확보 여력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시위로 복지, 교육 등 재정 지출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프랑스 경제는 위축되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프랑스의 GDP는 전 분기 대비 0.1%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급격한 국채 금리 상승, 높은 에너지 가격, 정치 불안 등에 따른 투자 부진 여파로 성장세가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로이터통신이 시행한 조사에서 세계 경제학자들은 프랑스의 3분기 GDP가 0.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CNBC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97%를 기록하면서 다시 반등했다.

◇독일도 수만 명 거리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국에서도 생활비 지원과 공공서비스 확대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응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독일 주요 도시에서 수만 명이 생활비 부담 완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위는 올해 유럽 각지에서 이어진 Z세대 주도 시위의 연장선”이라고 짚었다.

독일 시민단체 ‘Z세대가 나선다’가 주도한 이번 시위는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34개 도시에서 열렸다. 주최 측 집계 기준 약 3만6000명이 참여했다. 시위대는 의무 군 복무 반대와 교육 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생활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층의 부담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이뤄졌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폭력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 경찰당국은 “도심 여러 상점의 유리창이 깨졌고, 경찰과 구조 인력을 향해 시위대가 화염병을 던지고 있다”며 “시민들은 해당 지역을 벗어나라”고 했다. 독일 내무부는 독일 내 극좌 성향 단체 일부 및 해외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단체가 이번 시위에 가세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30일 전국적인 총파업과 시위가 벌어졌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