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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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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앱과 임베디드 금융은 흔히 한 묶음으로 다뤄진다. 둘 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같은 문장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흐름은 벡터의 방향이 정반대다.

슈퍼앱은 송금·결제·투자·보험을 하나의 앱 안으로 끌어모으는 구심력의 전략이고, 임베디드 금융은 금융을 쇼핑몰·ERP·모빌리티 등 남의 화면 곳곳으로 흩어 보내는 원심력의 전략이다. 지금 국내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것은 경계의 소멸이라기보다, 두 힘이 금융의 수익을 어느 층위가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다.

슈퍼앱 성장이 임베디드 금융과 닮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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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력 쪽의 성적표는 화려하다. 토스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2328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송금·중개·광고·커머스를 아우르는 '슈퍼앱 서비스'의 매출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금융지주도 계열사 앱을 하나로 합치는 '원 앱' 전략을 펼쳐 뒤를 쫓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앱이 성장하는 방식은 점점 더 원심력을 닮아간다. 간편결제 사업자는 자체 단말기와 제휴 인프라를 앞세워 앱 밖의 오프라인 매장과 외부 쇼핑몰로 나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더 줄일 결제 단계가 남아 있지 않으니, 승부는 앱을 여는 순간이 아니라 앱을 열지 않아도 되는 순간으로 옮겨간 것이다.

임베디드 금융, 기업 향해 나아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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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력의 다음 전장은 기업금융이다. 국내 기업 대출 시장은 1000조원을 웃돌지만, 플랫폼에 내장된 대출은 아직 한 자릿수 비중에 그친다는 업계 추산이 나온다. 은행이 ERP 연동과 서비스형 뱅킹(BaaS)에 몰리는 이유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8월 '금융 분야 망 분리 개선 로드맵'으로 시작한 규제 개선은 금융회사 시스템이 외부 플랫폼과 연결될 수 있는 기술적 전제를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이 구도에서 은행은 라이선스와 대차대조표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공급하는 '보이지 않는 금융'의 도매상이 될 수 있다. 화면의 주인이 바뀌어도 신용을 공급하고 위험을 떠안는 주체는 여전히 라이선스를 보유한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변수는 'AI 에이전트'

더 흥미로운 변수는 따로 있다. 고객 대신 상품을 비교하고 실행까지 해주는 AI 에이전트다. 에이전트가 "가장 싼 대출을 찾아 신청해 줘"라는 지시를 받는 순간, 고객이 어느 앱에 오래 머무르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슈퍼앱의 해자였던 체류시간과 록인(lock-in)이 약해지고, 경쟁의 기준은 API로 노출된 조건의 경쟁력과 실행의 신뢰성으로 바뀐다. 구심력의 끝에서 원심력이 이기는 장면이다. 슈퍼앱이 이 국면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든 것을 담은 앱'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가장 믿고 호출하는 금융 계층'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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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융이 화면 뒤로 숨을수록 책임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다. 고객은 플랫폼 화면에서 상품을 고르지만 계약 상대방은 뒤편의 은행·보험사이고, 그 사이에 에이전트까지 끼어들면 누가 권유했고 누가 판매했는지가 흐려진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의 '판매'와 '중개' 구분이 에이전트의 자동 실행에도 그대로 들어맞는지, 에이전트가 고른 상품이 부적합했을 때 적합성 원칙의 책임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아직 답이 없다.

여기에 결제는 전자금융거래법, 대출 중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데이터 활용은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이라는 서로 다른 규제 렌즈가 겹친다. 업권별 칸막이에 묶인 은행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빅테크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 규제 완화냐 강화냐가 아니라 동일 기능·동일 규제라는 기능 중심의 재설계로 풀어야 할 문제다.

연결될수록 위험도 커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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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분리 완화가 가져올 연결성은 동시에 전염 경로이기도 하다. 소수 플랫폼과 API 허브에 금융 트래픽이 집중될수록, 그 한 지점의 장애나 보안 사고는 곧바로 여러 금융회사의 운영 리스크로 번진다. 제휴 금융사의 제삼자 위험관리와 플랫폼의 운영 복원력을 감독의 시야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연결성 확대와 같은 속도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결국 슈퍼앱과 임베디드 금융의 줄다리기에서 승자를 가르는 것은 누가 더 많은 기능을 한 앱에 담느냐도, 누가 더 많은 화면에 금융을 심느냐도 아니다. 금융이 보이지 않게 될수록, 그 보이지 않는 거래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쪽이 신뢰를 얻는다. 경계가 사라지는 시장에서 법이 다시 그어야 할 선은 업권의 경계가 아니라 책임의 경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