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의료 지키자" vs "부자 떠난다"…캘리포니아 부유세 '격돌'
억만장자 300명에 5% 부유세
美 민주당·노조 찬반 충돌
美 민주당·노조 찬반 충돌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다음 달 3일 주민투표로 부유세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 독립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부동층도 상당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크게 우세하다.
부유세를 추진한 곳은 국제서비스노동조합 의료노동자지부(SEIU-UHW)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으로 향후 10년간 연방 의료지출이 1조달러 이상 줄어들자 대체 재원을 찾고 나섰다. 삭감은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에 집중된다. 캘리포니아는 주민 3분의 1 이상이 이 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과세 대상은 올해 1월 1일 캘리포니아 주민이었던 사람 가운데 연말 순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억만장자다. 주식과 채권, 비상장기업 지분, 지식재산권, 예술품 등이 대상에 포함된다. 자산이 100억달러라면 5억달러를 내야 한다. 투표 전 다른 주로 이주해도 세금을 피하기 어렵게 설계했지만 소급 적용 등을 둘러싼 소송 가능성이 있다. 찬성 측은 200~300명에게 과세해 약 1000억달러를 확보하면 병원 폐쇄와 의료보험 상실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 부호들은 별도 주민투표안으로 맞서고 있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등이 지원하는 두 안건 가운데 하나는 자산 과세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부유세와 이를 저지하려는 두 안건의 선거운동에 투입된 자금은 3억달러를 넘었고 약 90%는 반대 활동에 쓰였다. 브린은 네바다주에 집을 샀고, 백악관 기술 고문 데이비드 색스는 텍사스주로 이주했다.
민주당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부유층 이탈로 주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대신 연방 차원의 전국적인 부유세를 주장한다. 후임 주지사 선거의 민주당 후보 하비에르 베세라도 반대하지만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지난 8월 공식 지지를 결정했다. 로 카나 연방 하원의원과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찬성한다.
노동계에서는 세수 배분과 일자리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일부 교육계 노조는 세수의 90%가 의료 특별계정으로 들어가고, 별도로 추진하는 교육재정 확충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교원노조 등은 학생들의 의료보험을 지켜야 한다며 찬성했다. 주 전체 건설노조는 부호들의 이탈로 세수가 줄면 건설사업과 일자리도 감소할 수 있다며 반대하지만 샌디에이고 건설노조협의회는 지지한다. 의료노조의 상급 조직인 SEIU 캘리포니아는 내부 갈등 끝에 지난 7월 부유세에 중립 입장을 정했다.
의료계에서도 일회성 과세로는 장기적인 재정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일차의료협회는 의료노조가 부유세 반대 철회와 정치자금 제공을 압박했다며 소송을 냈다. 노조는 의혹을 부인했다. 부유세가 투표를 통과하더라도 법적 분쟁과 부유층 이탈에 따른 세수 변화가 후속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