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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로 번 돈' 칠레는 모았고, 몽골은 뿌렸다…희비 엇갈린 자원 부국
칠레, 재정준칙 세워 지출 통제
금융위기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몽골은 포퓰리즘 부메랑 맞아
금융위기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몽골은 포퓰리즘 부메랑 맞아
2007년 국제 구리 가격이 파운드당 평균 3.4달러로 치솟았다. 하지만 칠레의 ‘구리 기준가격 자문위원회’는 향후 10년간 구리 가격 예상치를 1.24~1.635달러로 제시했다. 칠레 정부는 평균값인 1.37달러를 기준으로 다음해 예산안을 짰다. 칠레 정부가 2001년 도입한 구조적 재정수지 준칙에 따른 절차였다. 정부가 그해 거둬들이는 구리 관련 수입이 아니라 향후 10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정부 수입을 추산해 지출 규모를 정하는 제도다.
구리로 벌어들이는 돈이 정부 전체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칠레에서 구리 가격은 정부 살림을 좌우하는 변수다. 구조적 재정수지 준칙은 구리 가격이 급등해 정부 수입이 넘쳐나더라도 재정 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것을 견제하고, 가격이 하락할 때 세수 부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2007년 구리값 급등으로 재정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2%까지 늘어나자 칠레에서도 정부 지출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하지만 칠레 정부는 오히려 재정준칙에 따라 남아도는 횡재성 수입을 저축하는 체계를 제도화했다. 재정책임법을 제정해 ‘경제사회안정화기금(FEES)’을 출범시켰다. 호황기에 재정 흑자를 적립했다가 경기 침체와 구리 가격 하락 시 발생하는 재정 적자를 메우는 국부펀드다.
재정준칙 효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타났다. 칠레 정부는 2009년 FEES를 재원으로 40억달러를 경기 부양에 투입했다. 그 결과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3.4%로 곤두박질쳤을 때 칠레는 -1.7%로 선방했다. 이듬해에는 5.9% 성장해 OECD 평균(3.0%)의 두 배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였다.
몽골은 정반대 선택을 했다. 몽골은 2000년대 후반 세계 최대 규모 구리·금 광산인 오유톨고이와 세계 최대 노천 탄광 타반톨고이 개발로 큰돈을 벌었다.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광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리, 석탄, 철광석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2011년 몽골의 실질 GDP 증가율은 17.5%에 달했다.
몽골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광산 수익을 국민에게 나눠주겠다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냈다. 결국 ‘인간발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1인당 25만2000투그리크(당시 약 22만원)를 지급했다. 근로자 월평균 임금의 60%에 달하는 액수였다.
문제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곧 끝났다는 점이다. 몽골 정부가 외국 기업의 광산 지분 제한 등 민족주의적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감했다. 하지만 늘려놓은 복지 지출은 줄이지 못했다. 결과는 급격한 재정 악화였다. 2016년 GDP 대비 재정 적자가 17%로 치솟고 국가 부채 비율이 90%까지 급등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해야 했다. IMF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복지 지출 축소, 세율 인상, 긴축 재정이 강제됐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구리로 벌어들이는 돈이 정부 전체 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칠레에서 구리 가격은 정부 살림을 좌우하는 변수다. 구조적 재정수지 준칙은 구리 가격이 급등해 정부 수입이 넘쳐나더라도 재정 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것을 견제하고, 가격이 하락할 때 세수 부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2007년 구리값 급등으로 재정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2%까지 늘어나자 칠레에서도 정부 지출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하지만 칠레 정부는 오히려 재정준칙에 따라 남아도는 횡재성 수입을 저축하는 체계를 제도화했다. 재정책임법을 제정해 ‘경제사회안정화기금(FEES)’을 출범시켰다. 호황기에 재정 흑자를 적립했다가 경기 침체와 구리 가격 하락 시 발생하는 재정 적자를 메우는 국부펀드다.
재정준칙 효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타났다. 칠레 정부는 2009년 FEES를 재원으로 40억달러를 경기 부양에 투입했다. 그 결과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경제성장률이 -3.4%로 곤두박질쳤을 때 칠레는 -1.7%로 선방했다. 이듬해에는 5.9% 성장해 OECD 평균(3.0%)의 두 배에 가까운 회복세를 보였다.
몽골은 정반대 선택을 했다. 몽골은 2000년대 후반 세계 최대 규모 구리·금 광산인 오유톨고이와 세계 최대 노천 탄광 타반톨고이 개발로 큰돈을 벌었다.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로 광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구리, 석탄, 철광석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2011년 몽골의 실질 GDP 증가율은 17.5%에 달했다.
몽골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광산 수익을 국민에게 나눠주겠다는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냈다. 결국 ‘인간발전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에게 1인당 25만2000투그리크(당시 약 22만원)를 지급했다. 근로자 월평균 임금의 60%에 달하는 액수였다.
문제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곧 끝났다는 점이다. 몽골 정부가 외국 기업의 광산 지분 제한 등 민족주의적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감했다. 하지만 늘려놓은 복지 지출은 줄이지 못했다. 결과는 급격한 재정 악화였다. 2016년 GDP 대비 재정 적자가 17%로 치솟고 국가 부채 비율이 90%까지 급등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해야 했다. IMF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복지 지출 축소, 세율 인상, 긴축 재정이 강제됐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