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부 내륙국 보츠와나가 영국에서 독립한 1966년, 전국에 깔린 포장도로 길이는 12㎞에 불과했다. 대학 졸업자는 22명, 기대수명은 54.4세였다.
현재 보츠와나의 아스팔트 도로 길이는 1만1208㎞에 이른다. 매년 6000명이 넘는 대졸자를 배출하고 있고, 기대수명은 69세를 넘는다. 독립 당시 100달러 안팎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7390달러로 지역 맹주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앞질렀다.
보츠와나가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은 것은 1967년 대규모 다이아몬드광산을 발견하면서다. 하지만 반세기 만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된 것은 세계 2위 다이아몬드 생산국이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이아몬드를 특정 부족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재산으로 환원하고, 여기서 나온 수입을 현세대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투자했기 때문이다.
같은 다이아몬드 생산국이지만 내전과 부패에 멍든 시에라리온의 국민 절반이 3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1967년 보츠와나 정부는 부족 지도자들과 협상해 부족별로 보유하고 있던 광물 권리를 국가에 귀속시켰다. 국경보다 부족의 영역이 더 중요한 아프리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대타협이었다.
보츠와나는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기업 드비어스와 합작회사 데브스와나를 설립해 광산을 운영했다. 광산에서 나온 배당과 세금, 로열티 수입은 학교와 병원, 도로 등 인프라에 투자하는 데 쓰고 일반 정부 지출은 광물 외 수입으로만 충당한다는 재정준칙을 세웠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자원 그 자체는 축복도 저주도 아니다”며 “보츠와나는 자원이 발견됐을 때 어떤 제도를 갖추고 있었는지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특정 부족 다이아 특권, 국가로 넘겨…학교·병원·도로에만 투자 광물 수입, 인프라 구축에 활용…일상적 지출 다이아 의존 안해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세레체 카마는 방와토 부족 출신 엘리트 정치인이다. 1967년 대규모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보츠와나 오라파 지역은 이 부족의 영역이었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에서 광물 자원은 매장 지역의 부족에 우선권이 있다. 대형 광산 개발이 툭하면 부족 간 내전으로 번지는 이유다. 보츠와나는 달랐다. 카마 대통령은 자신의 부족을 포함한 7개 부족 지도자를 설득해 광물에 대한 권리를 국가에 넘기는 법을 제정했다. 식민지 이전부터 마을 평의회인 ‘고트라’ 제도를 통해 대화와 합의, 지도자 견제 문화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대타협이었다.
◇ 다이아몬드 수입에 의존 않는다
카마 정부는 다이아몬드 관련 수입을 보츠와나의 지속 가능한 미래로 바꾸기 위해 재정 지출의 유혹을 견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지속가능예산지수’가 대표적이다. 계산법은 간단하다. 교육, 보건을 제외한 경상지출을 다이아몬드를 뺀 정부 수입으로 나눈 수치를 ‘1’ 이하로 관리하는 것이다. 정부의 일반 지출이 80이고, 일반 세수가 100이라면 지수는 0.8이다. 일상적인 국가 운영은 다이아몬드 관련 수입에 손대지 않고 하겠다는 의지다. 다이아몬드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도로, 학교, 병원 등 미래를 위한 투자에만 활용하기로 했다.
보츠와나는 이후에도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1982년부터 2012년까지 3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다이아몬드 관련 수입이 연평균 19.8%일 때 교육 및 보건 분야 지출은 연평균 19.5%였다. 해마다 다이아몬드 수입만큼을 인프라와 인적 자본에 투자한 것이다. 재정을 광산 수입에 의존하지 않은 덕분에 보츠와나는 1980년대 초 글로벌 다이아몬드 시장 수급 문제로 6개월간 다이아몬드를 팔지 못했을 때도 정부 지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로 벌어들인 외화 중 일부는 1995년 설립한 국부펀드(풀라펀드)에 적립해 해외 장기 투자 자산에 분산하고 있다. 이이미 아츠시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는 2006년 ‘보츠와나는 자원의 저주에서 벗어났는가’ 연구 보고서에서 “적절한 자원 관리는 풍부한 자원을 경제적 번영으로 바꾸는 촉매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역량과 부패 방지 등 좋은 지배구조가 자원과 경제 성장을 연결했다”고 분석했다.
◇ 일관된 정책이 경제 성장 밑천으로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논문 ‘아프리카의 성공 사례: 보츠와나’에서 보츠와나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다이아몬드 관련 수입을 경제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던 비결 중 하나로 ‘정책의 일관성’을 꼽았다. 한국의 재정경제부 격인 재무개발계획부가 세운 국가개발계획을 정책의 지속성을 보장한 제도로 소개했다. 보츠와나는 독립 직후부터 인프라, 교육, 보건 투자를 강조하는 국가개발계획을 연속적으로 수립했다.
이는 다이아몬드 수입의 단기적인 출렁임에 따라 정부가 지출 계획을 임기응변식으로 바꾸지 않고 정책 우선순위를 지속하는 틀이 됐다. 그 덕분에 해외 자본이 유입되고, 장기 투자로 이어지면서 경제 성장의 토대가 마련됐다.
보츠와나는 다이아몬드 의존도를 줄이고 관광,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등으로 성장 동력을 넓히고 있다. 인공 다이아몬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천연 다이아몬드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관광 분야에서는 오카방고 삼각주와 초베국립공원 등 자연환경을 활용한 사파리 관광으로 외화 수입을 늘리고 있다. ICT 분야에서는 수도 가보로네에 ‘보츠와나 디지털·혁신허브(BDIH)’를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