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잠재성장률 제고를 목표로 내년 초 출범 예정인 미래대응기금의 부실 설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월간 ‘재정포럼 10월호’에서 과도한 현금 지원성 사업, 기존 예산사업 전용, 추가세수 산정 방식 등 여러 문제점을 짚었다.

국책연구원인 조세연은 ‘기금 조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절제된 표현의 보고서를 냈지만, 내용상 비판 강도는 꽤 높다. ‘생산적 투자’를 앞세운 것과 달리 현금성 지원사업이 수두룩하다는 게 우려의 핵심이다. 조세연은 ‘청년 계정’에 아동기본수당, 출산지원금, 혼인지원금 같은 항구적 사업을 포함한 점을 부적절한 운용 사례로 적시했다. 기획예산처가 제시한 ‘자본 축적, 과감한 투자, 탄력적 집행, 시급성’이라는 사업 선정규범(NEXT)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산정 방식의 한계로 인해 추가세수 규모가 과대 또는 과소 산출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걱정했다. 내국세 세입과 10년간 평균 증가율을 활용해 ‘세수 추세선’을 계산하는 방식으로는 호·불황 시의 세수 변동을 제대로 포착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화’라는 두 개의 핵심 목표가 상충한다는 근본적 우려도 제기했다. 반도체발 일시적 추가세수인 만큼 미래 투자는 3~5년으로 한정하고 이후에는 재정 안정화에 집중하는 절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미래 투자를 중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선 ‘대안 재원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조세연의 지적은 민간의 강도 높은 비판과 궤를 같이한다. 얼마 전 국회 토론회에선 전·현 한국재정학회장 등 다수 학자가 ‘시작한 사업은 중단하기 어려운 만큼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재정 부담이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랏빚 우선 상환 목소리도 높다. 경실련은 그제 “국가채무 상환을 우선해야 한다”며 기금 전면 재설계 촉구 성명을 냈다. 미주개발은행(IDB)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어제 서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AI 호황 때 저축해 어려울 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국감에선 기획예산처가 미래대응기금 설계 과정에서 재정경제부의 반대 의견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의 삶과 국가 미래를 좌우하는 사안인 만큼 미흡한 설계는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