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자
‘왝더독(wag the dog)’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주식시장에선 선물 가격이 거꾸로 현물 가격에 영향을 미칠 때 쓰이는 금융 용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늘 ‘지방자치’의 본질을 떠올린다. 중앙정부라는 거대한 ‘몸통’에 밀려 늘 부속품이나 변방으로 취급받던 ‘꼬리’. 하지만 그 작고 끈질긴 꼬리가 세차게 움직일 때, 끝내 거대한 몸통 전체를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을 나는 현장에서 직접 목도했다.

2025년 6월 3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기초단체장 출신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나는 그날 잠도 못 이루고 꼬박 밤을 새며 개표 결과를 지켜봤다. 기초의원으로 시작해 광역의원을 거쳐, 지금의 구청장 자리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차근차근 입법과 행정을 몸으로 배워온 나로서는 묘한 얼떨떨함과 함께 반가운 감동이 들었다. 주민들의 소소한 삶을 챙기는 일상이 나라의 큰 줄기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들자’ 은평도 작지만 강한 꼬리가 돼 대한민국의 판을 흔들어왔다. 임산부의 삶을 바꾸기 위해 시작한 ‘아이맘택시’ 정책은 다른 자치구에서 앞다퉈 벤치마킹하더니 이제는 ‘서울엄마아빠택시’가 돼 서울 시내를 씽씽 달리는 중이다. ‘백세콜’도 마찬가지다. 은평의 어르신 택시 사업인 ‘백세콜’ 역시 서울시 전체로 확장한 사례다. 어디 이뿐인가. 퇴원 환자의 일상 복귀와 재활을 돕는 ‘중간집’은 이제 광역을 넘어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듯 꼬리는 그저 몸통을 좇아가기만 하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꼬리가 지혜롭게 움직이면 거대한 몸통 전체를 흔들 수도 있는 법이다. 현장에서 고민하고 발굴해 낸 혁신 정책들이 서울시를 움직이고, 나아가 중앙정부의 제도 개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나는 ‘현장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매 순간 절감한다.

내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정부로, 그리고 실질적인 ‘재정권 확대’까지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저 명칭을 바꿔달라거나 권한을 늘려달라고 부르짖기만 할 생각은 없다. 전국 지자체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꼬리를 잡고 몸통을 흔들면 된다. 저마다의 우수 정책으로 전국을 세차게 흔들 때, 그 효용을 체감한 국민이 먼저 “지방정부의 권한을 넓혀달라”고 목소리를 내주지 않겠는가. 내가 선 자리에서 내 할 일을 세차게 해내다 보면, 언젠가 그날도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