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사진=연합뉴스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사진=연합뉴스
빼돌린 삼성전자의 기밀자료를 삼성전자와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활용한 혐의로 기소된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IP센터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27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영업비밀 누설) 혐의를 받는 안 전 부사장에게 1심과 똑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당시 증거인멸 우려가 없어 허가된 보석을 취소하고 안 전 부사장을 법정 구속했다.

삼성전자 IP센터 초대 센터장을 지내다가 2019년 퇴사한 안 전 부사장은 특허관리기업(NPE) '시너지IP'를 설립했다. 2021년 11월 안 전 부사장은 미국 음향기기 업체 테키야를 대리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테키야 현황 보고서'를 입수해 소송에 활용했으나 미국 법원은 이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안 전 부사장이 입수한 보고서가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였다. 재판부는 보고서가 영업비밀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를 통하지 않고서는 해당 보고서를 입수할 수 없다"며 "안 전 부사장은 접근 권한이 없는 직원 A씨가 시스템의 흠결을 이용해 보고서를 입수한 점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부사장은 먼저 보고서를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보고서 취득·사용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 전 부사장이 보고서를 전달받고 그 내용을 다른 이에게 전달한 이상 영업비밀 누설로 인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가 바로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안 전 부사장의 요청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부정 이익을 얻거나 삼성전자에 손해를 끼치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안 전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보고서를 이용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계획했다고 봤다.

보고서를 안 전 부사장에게 유출한 삼성전자 IP센터 전 직원 A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납득할 수 없는 궤변에 가까운 변명으로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며 “배신적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종이 필요하다"고 했다.

A씨에게 내부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삼성디스플레이 출원그룹장 B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형량이 늘었다. 추징금 5억3200여만원도 선고됐다. 수사 때부터 법정에서까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피해 변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됐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