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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전작권 전환, '조건기반' 지켜야
이상은 워싱턴 특파원
준비 안된 전환의 위험 커
한국은 전환을 재촉하기 위해 ‘조건을 거의 다 갖췄다’고 주장한다.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월 기자들에게 2020년에 한·미 양국이 전환 조건의 94%를 충족했다는 데 합의했다고 했다.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에 관해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달 초 미 싱크탱크 CSIS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분명히 말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2020년 당시 자신이 주한미군사령관이었음을 강조하며 “실제 달성도는 92%(94%를 의미한 것으로 추정)와는 거리가 멀었다”며 “지금도 여러 부문에서 미비점이 있다”고 했다. 둘 중 한쪽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거나 과장된 발언을 한 것이다.
여당 관계자들은 전작권이 ‘주권의 문제’라고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전작권이 누구에게 있든 한미연합사령부는 양국 군 통수권자의 공동 지휘를 받는다. 예를 들어 북한이 쳐들어왔을 때 한·미 연합군의 목표부터 대응 방향까지 모두 양국 대통령이 함께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달라지는 것은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의 결정을 누가 주도하는가의 차이다. 가장 중요한 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한국군이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될 때 전환한다는 ‘조건 기반 전환’은 그러므로 합리적이다. 이것을 다시 전환 연도를 정하자는 ‘시간 기반’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우리의 준비는 이미 충분하다거나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당분간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낙관에 기대고 있다.
敵 오판 부를 것 경계해야
하지만 세계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전이 격화시킨 중동 내 갈등, 중국의 대만병합 의지 등은 세계가 이전과 다른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반도가 다음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최소 6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를 등에 업고 한국을 넘본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북한에 유사 사태가 벌어져 한반도의 운명을 둘러싸고 강대국들이 전쟁을 벌이려고 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은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것인가.
준비되지 않은 전작권 전환은 적들의 잘못된 판단을 유발할 수 있고,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그런 점에서 ‘정권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치열한 군사 판단을 전제로 논의돼야 할 전작권 문제가 정치인들의 납득하기 힘든 주장 속에 소모되는 상황이 당혹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