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의료조력사(MAID)’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은 최근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작성한 ‘의료조력사 법제화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의료조력사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적극적 안락사와 달리 환자가 의사 처방을 받아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안락사다.

한국은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임종 과정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26일 오전 9시 기준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누적 이행자는 55만2774명이다. 하지만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는 의료적 조력을 통한 사망을 선택할 수 없다.

환자가 죽음의 방식과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를 헌법상 자기결정권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연명의료 거부에 그치지 않고 의료 조력을 통한 사망 선택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형법상 자살방조죄를 유지하되 ‘생애 말기 환자의 임종 지원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해 적법하게 조력한 의료인에게 자살방조죄를 적용하지 말 것을 제안했다. 대상은 자기결정 능력이 있는 성인 말기 환자와 임종 과정 환자로 한정한다. 담당 의사 외 독립된 전문의의 검증, 신청 후 14일 숙려기간 부여, 국가 심사위원회 승인, 사후 보고 등도 요구했다. 루게릭병 등으로 환자가 약물을 직접 투여할 수 없을 때는 추가 전문의 진단과 영상 녹화, 제삼자 입회 등을 전제로 의사의 대리 투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조사에서 조력 존엄사 합법화 동의율은 82%에 달했다. 보고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와 돌봄을 충분히 제공한 뒤 의료조력사를 최후의 선택지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