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英 원전 협력으로 에너지안보 강화해야
이달 말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장관회의에 각국 지도자와 장관, 산업계 전문가들이 한데 모인다. 마침 국제사회에서 청정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영국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서로의 강점을 결합할 기회다.

양국은 원자력발전이 탄소중립과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에너지 공급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 원자력 협력은 탈탄소화를 넘어 경제안보와 기술 리더십 확보, 핵심 분야의 전략적 의존도 축소와 직결된다.

영국은 새로운 ‘원자력 황금시대’를 열고 있다. 약 170억 파운드의 공공 재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수십 년 만에 가장 야심 찬 원전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힝클리포인트 C와 사이즈웰 C 대형 원전을 건설하고 롤스로이스 소형모듈원전(SMR) 도입도 앞당기고 있다. 대형 원전 외에도 첨단 원자력 프레임워크와 사업 파이프라인으로 민간 주도 사업의 추진 경로를 명확히 하고, 한국 기업의 사업 개발과 공급망·투자·제조 분야 협력 기회를 넓히고 있다. 이들 계획은 지난 반세기 최대치를 웃도는 원전 발전량을 달성하려는 영국의 목표를 뒷받침한다.

이는 영국뿐 아니라 한국처럼 신뢰할 수 있는 협력국에도 기회다. 한국은 설계·엔지니어링, 제조, 건설,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역량을 갖춘 원자력 강국이다. 양국의 협력 성과도 뚜렷하다. 유렌코는 30년 넘게 한국수력원자력에 저농축우라늄을 공급했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협력 확대 양해각서(MOU) 체결도 혁신과 과학기술 협력을 향한 공동 의지를 보여준다.

올해 롤스로이스 SMR과 두산에너빌리티는 영국의 기술 혁신과 한국의 제조 역량을 결합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신규 원전 수요가 늘면서 이 같은 협력은 일자리 창출과 공급망 강화, 양국과 제3국의 청정에너지 보급에 기여할 수 있다.

협력의 전략적 필요성도 분명하다.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은 핵심 산업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처에 과도하게 의존할 때의 위험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쟁은 유럽의 원자력 안전과 핵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에너지 공급망과 지정학을 분리할 수 없음을 일깨웠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국제 규범과 장기적 안정에 대한 의지를 공유하는 신뢰할 수 있는 협력국들이 핵심 기반시설을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

투자와 공급 계약이 수십 년간 이어지는 원자력 분야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핵연료 공급과 우라늄 농축 서비스, 차세대 원자로 기술은 전략적 자산이다. 이 분야에서 권위주의 국가에 의존하면 에너지 안보와 경제의 위기 대응 능력이 위협받는다.

영국은 2028년까지 자국 원자로에서 러시아산 우라늄 사용을 중단하기로 하고 대체 핵연료 공급 역량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차세대 원자로용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의 국내 공급망 구축에 최대 3억 파운드를 투입하는 사업도 그중 하나다. 영국과 동맹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한영 협력을 더욱 심화할 토대는 이미 마련됐다. 이제 그 잠재력에 걸맞게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와 공급망, 기업 간 협력에서 힘을 모으면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다가서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며 더욱 견고한 세계 원자력 산업을 구축할 수 있다. 이번 IAEA 원자력 장관회의는 양국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