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세 카드' 꺼내드는 미국·유럽…韓 기업 수출길, 행정이 뚫어야
1878년 부산 두모진에서 조선 정부는 관세권 회복을 위한 첫 조치로서 수입화물에 세금 징수를 지시했다. 국경에서 나라의 이익을 지키려는 첫걸음이었다. 1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국경은 더 이상 우리 땅의 끝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미국은 관세를 산업과 공급망, 경제안보를 위한 주요 정책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통상규제도 확대되고 있다. 대외무역을 통해 성장해 온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화다. 이제 좋은 제품과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상대국 세관이 어떤 관세를 적용하고 원산지를 어떻게 판단하며 어떤 통관 요건을 요구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한 뒤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의 상당수는 우리 국경 밖에서 발생한다. 품목분류나 원산지를 판단한 뒤 실제 통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상대국 세관이다. 기업이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현지 당국과 해석이 다르면 예상하지 못한 관세 부담이나 통관 지연으로 이어진다. 관세청의 기업지원이 우리 국경 안에만 머물 수 없는 이유다.

관세청은 해외 관세당국과의 협력을 활용해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첫째, 변화를 먼저 읽고 알린다. 주요 교역국에 파견된 관세관은 현지 관세당국과 소통하며 관세정책과 통관제도의 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우리 기업이 겪는 애로를 살핀다. 관세청은 이들을 국내로 초청해 설명회와 기업별 상담도 진행한다. 문제가 생긴 뒤 수습하기보다 미리 대비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둘째, 막힌 통관길을 함께 푼다. 품목분류나 원산지처럼 기업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관세청은 현지 관세당국과의 협력채널을 가동한다. 필요하면 관세청장회의는 물론 세계관세기구(WCO) 같은 다자 무대까지 활용해 해법을 찾는다. 인도 세관과의 통신기기 부분품 품목분류를 두고 맞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 분류를 따르면 관세율 0%, 인도 분류를 따르면 20%가 적용되는 약 8000억원 규모의 쟁점이다. 관세청은 WCO에서 우리 입장을 최종 관철해 대규모 관세추징 위험에서 기업을 지켜냈다.

셋째, 개별 애로를 넘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길 자체를 넓힌다. 중동사태로 전 세계 공급망이 흔들리자 관세청은 해외 관세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지원했다. 캐나다산 원유의 원산지 입증방식을 간소화하고, 제3국을 경유하는 미국산 원유의 FTA 운송요건도 완화했다. 호주산 천연가스액의 품목분류를 개선하고 말레이시아산 원유의 원산지증명서 발급 기간도 단축했다. 그 결과 올해 3~9월 전체 원유 수입에서 비중동산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29.1%에서 44.4%로 높아졌다. 원유는 우리 주력 수출품의 핵심 원료다. 상대국 관세당국과의 협력으로 원유 도입처를 넓혀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주력 수출산업의 원료 조달을 뒷받침한 것이다.

이 같은 성과를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고 상시적인 지원체계로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는 해외 통관애로 대응체계도 한 단계 고도화할 계획이다. 기업의 통관애로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수집 체계를 개편하고, 개별 기업의 애로뿐만 아니라 각국의 제도·규제 등 무역장벽 정보까지 폭넓게 수집할 예정이다. 국제협력의 성패는 결국 기업이 그 효과를 체감하는지에 달려 있다. 정부 간 교류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오는 11월 열리는 ‘코리아 커스텀즈 위크(Korea Customs Week·KCW) 2026’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우리 기업과 해외 관세당국이 직접 만나 변화하는 관세·통상환경을 공유하고 함께 해법을 찾는 자리다. 올해는 특히 미국과 EU의 관세·통상·환경정책 변화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 지원에 중점을 두고, 주요국과의 관세협력도 함께 다룬다.

KCW의 의미는 단순히 해외 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경 밖에서 이뤄지던 관세당국 간 협력을 우리 기업 곁으로 가져와,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함께 찾는 데 있다. 150년 전 두모진에서 관세를 걷기 시작한 것은 관세주권을 회복하고 우리 경제의 권익을 우리 힘으로 지키기 위한 시도였다. 오늘날 우리가 지켜야 할 관세국경은 세계 곳곳의 우리 기업이 서 있는 현장까지 넓어졌다.

관세청도 그 변화에 맞춰 국경 밖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아가겠다. 변화는 먼저 읽고, 어려움은 협력으로 풀며,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길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