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지방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한경DB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주요 대도시 아파트의 전·월세 가격은 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매매가격은 정체된 데 비해 임대료는 가파르게 상승해 지방 거주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세금 중과 부담을 지방에 한해 완화해야 주택 공급 기반을 회복하고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지방 임대료 상승세 가팔라져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3.12%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2%)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1~9월 기준 2021년(7.95%)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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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전셋값은 같은 기간 6.35% 뛰어 수도권 상승률(6.2%)을 웃돌았다. 해운대구 재송동 더샵센텀파크2차 전용면적 100㎡는 이달 14일 보증금 8억원에 계약돼 역대 최고 전셋값을 기록했다. 우동의 해운대한신휴플러스도 지난 6월까지 3억~4억원대이던 전셋값이 이달 6억원까지 올랐다.

울산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4.93% 상승해 1~9월 기준 2021년(11.44%) 후 가장 높은 오름폭을 나타냈다. 남구 옥동의 대공원롯데인벤스가는 지난달 보증금 6억5000만원에 계약돼 역대 최고 전셋값을 기록했다. 대구(0.67%)와 대전(1.45%)도 올해 1~9월 전셋값이 상승해 2022년부터 이어진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월세 상승세도 가팔라졌다. 부산 아파트 월세는 올해 1~9월 2.58%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0.89%)의 세 배 수준을 기록했다. 울산도 상승률이 2.43%에서 4.49%로 높아졌다. 대구(-1.14%→0.87%)와 대전(-0.33%→1.33%)도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

◇ “다주택자 매매 수요 되살려야”

임대료와 달리 지방 주요 대도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정체돼 있다. 부산의 올해 1~9월 집값 상승률은 0.17%로 전셋값 상승률(3.12%)의 2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대전은 0.14% 오르는 데 머물렀고 대구는 0.86% 하락했다. 울산은 3.64% 올라 광역시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지만 전셋값 상승률(4.93%)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종은 전셋값이 4.51% 오르는 동안 집값은 0.85%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주택 공급이 급증했다가 급감하면서 지방 주택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다고 분석한다. 대구와 부산은 2022~2023년 공급이 집중되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미분양이 쌓였다. 이후 착공이 줄면서 입주 물량도 감소해 임대차 시장의 공급 부족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대구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1년 1만8010가구에서 2023년 3만4784가구로 늘었다가 올해 1만453가구로 줄었다. 내년에는 3000가구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부산도 2023년 2만5645가구에서 올해 1만1557가구로 줄어든다. 세종은 2021년 9168가구이던 입주 물량이 올해와 내년 2년 연속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소극적인 주택담보대출 취급과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도 지방 부동산시장 왜곡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비거주 주택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강화하는 ‘8·3 세제 개편안’이 다주택자의 지방 주택 매도를 유도하면 집값 하락과 임대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지방에서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사더라도 주택 수 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덜어줘야 공급 기반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