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유예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이달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당정협의회를 열어 유예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여건 미비,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2022년 처음 유예한 후 이번이 네 번째다. 이로써 가상자산 과세는 2029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여당에선 2029년부터 과세하는 법안을 이미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과세 시점을 2029~2030년으로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다수 발의하는 등 더 적극적이다.

‘이익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대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과세는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뒤 세율 20%(지방소득세 포함 시 22%)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부동산은 징벌 과세하면서 주식에 이어 가상자산도 장기 비과세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납세 인프라 부족, 투자자 보호 장치 미비, 시장 충격 등이 유예의 변이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이 과세 중이다.

정치적 접근도 문제다. 청와대는 청년 자산 사다리에 대한 존중 등의 측면에서 유예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0세대 지지율이 낮고 청년층의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점을 의식했음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다. 세제당국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내년부터 과세가 예정돼 있다’던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국회와 업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가 기약 없이 표류 중인 점이 걱정을 더한다. 선진국은 이용자 보호를 넘어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제정하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했으며 유럽연합(EU)은 포괄규제법(MICA)을 2024년부터 시행 중이다. 일본도 1년 전부터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섰다. 한국은 산업·시장 측면의 규율체계가 실종된 상황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즉흥적 접근으론 미래디지털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