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0월 심판사건 선고. 뉴스1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0월 심판사건 선고. 뉴스1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택배 운전업무 종사를 최대 20년간 제한하고, 이를 어기면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반드시 취소하도록 한 법률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9조의2 제1항 제1호 다목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과거 마약 전과를 이유로 택배기사 자격이 취소된 A씨의 소송에서 비롯됐다. A씨는 2001년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2년 출소했다. 이후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취득해 택배기사로 일했지만 2021년 거제시장이 과거 전과를 이유로 자격과 운송사업 허가를 취소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헌재 다수의견은 마약류의 강한 중독성과 의존성, 택배기사가 배송 과정에서 수령인을 직접 만나거나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취업 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률이 범죄의 종류와 죄질, 형기,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제한 기간을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만큼 개별 사정을 반영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봤다.

법 시행 전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에게도 취업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신뢰 보호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과거 범죄 전력과 상관없이 계속 택배 운전업무에 종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불확실하고 잠정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상환·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감소한 사람도 개별적인 심사 없이 장기간 직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취업 제한을 완화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 예외 규정 없이 자격까지 의무적으로 취소하도록 한 것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2015년 마약 전과자의 택시 운전업무를 일률적으로 20년간 제한한 법률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는 제한 기간을 범죄 유형 등에 따라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사건과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