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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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확정 판결의 헌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7개월여 만에 헌법재판소의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수사기관이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한테도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줘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헌재는 21일 김영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가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사본을 받지 못했다며 대법원을 상대로 낸 재판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한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2022년 7월 참고인 신분이던 김 변호사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김 변호사의 영장 사본 교부 요청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김 변호사는 이 처분에 불복해 준항고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년 5월 김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도, 그가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던 만큼 수사기관이 영장 사본을 교부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형사소송법 118조는 ‘압수수색영장 처분을 받는 자가 피고인인 경우 사본을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올해 2월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확정하자 김 변호사는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이날 재판소원 변론에 출석한 김 변호사는 “수사 대상이 된 피의자보다 영문도 모른 채 주거와 사생활 자유를 침해당하는 참고인이 절차적으로 더 두텁게 보호받아야 하는 건 상식”이라며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영장 사본을 교부해야 하는) 피의자 입건을 회피하고 의도적으로 (교부 의무가 없는) 참고인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우회적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참고인한테 영장 사본을 교부하면 수사 밀행성이 침해되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그 자체가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대물적 강제처분으로 사본을 종이 한장으로 전달한다고 해서 수사 기밀이 추가로 유출된다는 건 모순”이라며 “사본에 비실명처리를 하는 등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대체 수단은 얼마든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장관을 대리해 출석한 정부법무공단 측은 이날 이번 사건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찬 변호사는 “청구인 주장의 본질은 위 법률이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의 위헌 여부는 지금도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있고, 인용되면 이미 확정된 재판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길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법률에 정해진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고 재판소원을 청구해 보충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또한 피의자에 대해서만 영장 사본을 교부하도록 한 규정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찬 변호사는 “피의자인 경우 자신의 범죄혐의를 유출할 위험 높지 않지만, (참고인은) 피의자한테 수사 사실을 알려 증거인멸에 악용될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또한 “헌법에선 (수사기관이 피압수자한테)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영장 교부가 헌법사항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관들도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김형두 재판관은 법무부 대리인 측에 “(피고인한테 영장 사본을 교부하도록 한 건) 위법수집 증거 문제와 당사자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어서”라며 압수 대상자가 참고인인 경우에도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정형식 재판관은 김영수 변호사한테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신청했는데 헌법소원은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이날 법원 측에선 변론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엔 출석 의무도 없다. 최호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참고인 자격으로 변론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지난 3월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공개변론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에 따르면 전날 기준 총 2472건의 재판소원 사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25건이 사전심사를 통과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