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뻥 보헴 컬렉션을 착용한 부쉐론 앰버서더 한소희 / 출처. 부쉐론
쎄뻥 보헴 컬렉션을 착용한 부쉐론 앰버서더 한소희 / 출처. 부쉐론
시크함의 상징은 단연 블랙이다. 그 어떤 색보다 당당하고, 도도하고, 무심한 듯 우아한 블랙. ‘뉴 블랙’은 유행을 넘어선 블랙의 존재감에 빗댄 표현이다. 새로운 색이나 스타일이 대세로 떠올랐을 때, 패션계는 이를 ‘새로운 블랙’이라 부른다. 이제 보석의 세계에서는 그린이 그 자리를 넘본다. ‘그린 이즈 더 뉴 블랙(Green is the New Black).’ 주얼리와 시계에 다채로운 초록색 보석이 등장하며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린 보석의 대명사는 단연 에메랄드다. 그러나 깊고 그윽한 에메랄드 너머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눈부신 세계가 펼쳐져 있다. 푸른 바다를 닮은 청록, 싱그러운 애플 그린, 짙고 연한 무늬가 물결치는 녹색 등 초록을 단 하나의 보석으로 정의하기엔 너무나 다채롭고 매혹적이다. 저마다의 컬러와 질감으로 에메랄드 이상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섯 가지 그린 젬스톤이 보석 상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쿠아프레이즈, 바다와 숲 사이의 오션 그린

‘아쿠아프레이즈’가 세팅된 쎄뻥 보헴 / 출처. 부쉐론
‘아쿠아프레이즈’가 세팅된 쎄뻥 보헴 / 출처. 부쉐론
푸른 바다의 청량함과 숲의 싱그러움이 교차하는 초록 보석이 ‘아쿠아프레이즈(Aquaprase)’다. 2012년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이 보석은 청록색 칼세도니(Bluish Green Chalcedony, 옥수)에 붙인 것으로, 시장에서 아쿠아프레이즈라는 상업 명으로 불리고 있다. 우윳빛이 감도는 반투명한 색감이 파랑과 초록의 경계를 오가며 오묘한 매력을 전한다. 선명한 반짝임 대신 빛을 부드럽게 머금은 듯한 표정이 돋보인다.

부쉐론이 이 보석을 ‘쎄뻥 보헴(Serpent Bohème)’ 컬렉션의 물방울 모티프에 담았다. 아쿠아프레이즈를 감싼 화이트 골드의 비즈 테두리와 섬세한 꼬임 장식으로 청록색의 청량함을 한층 살려냈다. 다이아몬드가 함께 세팅된 디자인에서는 투명한 광채와 부드러운 색감이 서로를 돋보이게 했다. 뱀을 모티프로 탄생한 메종의 클래식에 바다를 닮은 색이 더해지며, 일상의 옷차림에도 산뜻한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크리소프레이즈, 풋사과처럼 싱그러운 애플 그린

‘크리소프레이즈’가 세팅된 빵 드 쉬크르 옐로 골드 링 / 출처. 프레드 홈페이지
‘크리소프레이즈’가 세팅된 빵 드 쉬크르 옐로 골드 링 / 출처. 프레드 홈페이지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 화사한 초록이 있다. 풋사과의 싱그러움을 닮은 ‘크리소프레이즈(Chrysoprase)’다. 이 역시 칼세도니의 한 종류다. 니켈 성분에서 비롯된 애플 그린 컬러가 특징으로 옅은 녹색부터 짙은 녹색까지 산출된다. 은은하게 빛을 통과시키는 반투명함과 매끄러운 광택이 어우러져,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전한다. 호주가 크리소프레이즈의 대표적인 산지로, 옥을 닮은 색감과 질감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안 제이드(Australian Jade, 호주 비취)’라는 상업 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프레드(FRED)의 ‘빵 드 쉬크르(Pain de Sucre)’ 컬렉션은 이 보석의 매력을 풍성한 볼륨으로 표현한다. ‘빵 드 쉬크르’란 원뿔형 설탕 덩어리인 ‘슈거로프’를 뜻한다. 그래서 손가락 위로 봉긋하게 솟은 크리소프레이즈 카보숑은 마치 탐스러운 초록색 사탕을 연상시킨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골드 링이 그 윤곽을 따라 반짝인다. 반지의 메인 스톤인 카보숑을 교체할 수 있는 구조도 흥미롭다. 옷차림과 기분에 따라 보석을 바꾸는 즐거움 속에서 애플 그린이 경쾌한 포인트가 된다.

말라카이트, 자연이 그린 초록의 궤적

‘말라카이트’가 세팅된 해피 하트 / 출처. 쇼파드 홈페이지
‘말라카이트’가 세팅된 해피 하트 / 출처. 쇼파드 홈페이지
자연이 직접 붓으로 그려 넣은 듯한 녹색 세계도 있다. ‘말라카이트(Malachite)’는 짙고 연한 초록색 띠가 층층이 흐르는 보석이다. 공작석으로도 불린다. 말라카이트의 띠무늬는 물결처럼 굽이치기도 하고, 동심원을 이루며 나이테 같은 패턴을 그려내기도 한다. 숲의 깊은 숨결과 대지의 거친 생명력을 동시에 품은 듯한 젬스톤으로 단 하나의 원석도 똑같은 무늬를 허락하지 않는 완벽한 유일무이함이 특징이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시선을 끌어당기는 초록의 궤적은 말라카이트만의 강렬한 매력이다.

이 자연의 예술품에 리듬을 불어넣는 것이 쇼파드(Chopard)의 ‘해피 하트(Happy Hearts)’ 컬렉션이다. 대담한 곡선으로 완성된 하트 모티프 안에 묵직하고 강렬한 말라카이트 패턴이 자리 잡으면서,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원석의 무게감을 경쾌하게 반전시킨다. 대자연이 빚어낸 불규칙한 결을 온전히 품어낸 말라카이트는 본능적이고 매혹적인 초록 아우라를 뿜어낸다.

제이드, 깊은 초록에 흐르는 고요한 윤기

‘제이드’가 세팅된 익스트림리 레이디 스페셜 에디션 / 출처. 피아제
‘제이드’가 세팅된 익스트림리 레이디 스페셜 에디션 / 출처. 피아제
초록색 보석 가운데 ‘제이드(Jade, 옥)’만큼 오랜 보석도 드물다. 동양에서 고귀함과 덕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제이드는 오늘날에도 고유의 컬러와 은은한 광택으로 시선을 끈다. 제이드는 경옥(Jadeite)과 연옥(Nephrite)을 포괄하는 명칭이다. 특히 비취로 불리는 선명한 초록과 옅고 짙은 녹색까지 다양한 색조로 폭넓게 펼쳐진다. 그렇게 동양적인 분위기로 익숙한 옥의 아름다움도 디자인에 따라 한층 현대적인 인상을 얻는다.

피아제(Piaget)의 ‘익스트림리 레이디(Extremely Lady)’는 제이드 다이얼과 골드 브레이슬릿의 조화를 보여준다. 시간을 표시하는 다이얼은 초록색 보석을 감상하는 작은 무대다. 미국 와이오밍산 천연 제이드와 섬세하게 세공한 골드는 손목을 감싸며 주얼리로서의 존재감을 더한다. 제이드와 골드에서 번지는 빛이 어우러져, 시계와 팔찌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제이드가 품은 클래식한 품격에 피아제의 장인 기술과 감각이 더해진 모습이다.

그린 아게이트, 매끄러운 광택의 산뜻한 초록

‘그린 아게이트·블루 아게이트’가 세팅된 럭키 스프링 버터플라이 클립 / 출처. 반클리프 아펠 홈페이지
‘그린 아게이트·블루 아게이트’가 세팅된 럭키 스프링 버터플라이 클립 / 출처. 반클리프 아펠 홈페이지
초록의 매력은 작은 잎사귀 하나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린 아게이트(Green Agate, 녹색 마노)’는 미세한 석영 결정이 모인 칼세도니 계열의 보석이다. 아게이트의 특징은 다양한 색과 띠무늬다. 원석을 자르는 방향에 따라 직선이나 물결, 동심원처럼 다양한 무늬가 드러난다. 작은 크기로 가공하면 무늬보다 고른 색감이 돋보이기도 한다. 유리 같은 광택이 나는 매끄럽게 연마한 표면의 초록색 보석이 자연의 위로처럼 다가온다.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럭키 스프링(Lucky Spring)’ 컬렉션에서 싱그러운 나뭇잎을 그린 아게이트로 표현했다. 나비의 윗날개를 장식한 블루 아게이트 곁에서 초록 잎사귀가 돋아나고, 화이트 마더오브펄로 피어난 꽃이 봄의 풍경을 완성했다. 옐로 골드의 섬세한 비즈 테두리는 각 모티프의 윤곽을 따라 빛난다. 특히 나비와 꽃, 잎사귀가 어우러진 클립은 옷깃 위에 작은 정원을 펼쳐놓은 듯하다. 그 속에서, 그린 아게이트가 싱그러움과 행운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에메랄드 너머 그린 젬스톤의 세계는 이토록 넓고 다채롭다. 바다의 청량함을 머금은 아쿠아프레이즈, 선명한 애플 그린의 크리소프레이즈, 나이테 같은 무늬가 흐르는 말라카이트, 은은한 광택의 제이드, 잎사귀에 생기를 더하는 그린 아게이트까지. 다섯 가지 보석이 펼쳐 보이는 초록은 단 하나로는 정의할 수 없는 파노라마다. ‘그린 이즈 더 뉴 블랙.’ 그린이 우리의 보석 상자를 새롭게 물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