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부산 어워드' 대상을 받은 마지드 마지디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BIFF 제공
15일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부산 어워드' 대상을 받은 마지드 마지디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BIFF 제공
이란 영화계 거장 마지드 마지디(67) 감독의 품에서 부산의 바다가 일렁였다. 박동하는 심장을 본떠 만든 먹빛 금속 조각이 은은하게 빛나는 ‘부산 어워드’다. 지난 15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에서 마지디 감독은 부산 어워드 대상을 받은 뒤 “이란 국민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며 감사를 전했다. BIFF에서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선보인 신작 ‘빵과 책’을 들고 내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상)에 도전하게 된 그는 “전쟁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는 말로 미국과 이란 전쟁의 종식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마지디는 이날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부산 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BIFF에 처음 참석했는데 이런 영광을 얻게 돼 기쁘다”라고 운을 뗀 그는 “이 영화에 사랑을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촬영 몇 달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 덕분”이라고 했다. 또 그는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미국과의 전쟁 등으로 고통받는 이란 국민을 언급하며 “그들은 지금도 억압에 맞서며 굴복하지 않았다”라며 “전쟁 없는 세상을 소망하며, 이 지구에 평화와 사랑, 형제애 가득한 미래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어워드는 BIFF가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신설한 경쟁 부문 수상작에 주는 상으로, 이 중 대상은 14편의 후보작 중 가장 뛰어난 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에 수여한다. 올해부터 미국 아카데미가 오스카상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국가별 공식 출품작 외 별도 자격(영화제 대상작)을 부여하는 6개 영화제 명단에 칸·베니스·베를린·토론토·선댄스 국제 영화제와 함께 아시아 영화제로는 유일하게 BIFF를 지정하면서, 대상 수상작에 대한 국제 영화계의 관심이 높았다.

마지디 감독은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와 함께 이란 국민 감독으로 유명하다. 국내 영화 애호가들에겐 가난한 소년이 여동생과 운동화 한 켤레를 나눠 신다가 달리기 대회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천국의 아이들’(1997)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마지디는 ‘천국의 색깔’(1999) ‘바란’(2001) 등을 연출하며 필모그래피 전반을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인간의 존엄을 발견하는 서정적인 연출로 채웠다.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배우 임시완의 사회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배우 임시완의 사회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상작이 된 ‘빵과 책’ 역시 이런 마지디가 구축한 영화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척박한 오지 마을의 교사가 학생들의 배움터를 지키기 위해 낮에는 가르치고 밤에는 석유를 밀수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지탱하기 어려운 사회구조를 지적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았다. 경쟁 심사위원장인 중국 영화감독 장예모는 “내가 마음속에 그렸던 이상적인 영화”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작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디는 “어린이는 국가의 미래이자 보석 같은 존재”라며 “그들의 문제를 보여주는 게 내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이날 대상에 이어 부산 어워드 감독상은 ‘평범하기 위하여’의 리윈찬(대만) 감독이, 배우상은 ‘처음 만난 외로움’의 저우쉰(중국)과 ‘사토코는 언제나’의 히메노 카슌(일본)이 각각 수상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마이 마더’의 에디 카효노(인도네시아) 감독이 받았다.

한편 BIFF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열흘 간 열린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 수가 20만43명으로 집계되며 11년 만에 20만 명을 돌파했다. 부대행사를 포함한 총방문객 수는 27만70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4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제 경쟁력을 가늠하는 마켓에는 3만 명이 방문해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영화산업의 높은 관심을 재확인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