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적인 효과가 중요한 곡들을 공연장에서보다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두시고 보셨으면 합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에 참석한 손열음 고잉홈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출처. 씨콘박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에 참석한 손열음 고잉홈프로젝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진출처. 씨콘박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이렇게 말했다. 오는 17일 극장 개봉을 앞둔 영화 고잉홈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치뤄진 동명의 악단 공연을 끊김 없이 없이 모두 담은 공연 실황 영상이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라벨 ‘볼레로’를 담았다. 손열음은 고잉홈프로젝트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모든 악기의 디테일을 담았다”

영화는 클래식 음악 감상의 문턱을 낮췄다. 각 작품 상연에 앞서 음악감독 역할을 한 바이올린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와 손열음의 인터뷰 영상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카메라는 구간별 핵심 악기를 조명해 관객이 어떤 소리에 주목하면 좋을지를 시각적으로 알려준다. 영화 제작을 맡은 성유진 감독은 이날 시사회에서 “음악을 꼭꼭 씹어먹는 느낌이 있다”며 이 영화에 대해 “커피를 마시거나 팝콘을 먹으면서 볼 수 있는 공연 실황”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 /사진출처. 씨콘박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 /사진출처. 씨콘박스
녹음엔 도이치그라모폰(DG) 등 유명 클래식 레이블에서 쓰고 있는 공간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가 적용됐다. 한국에서 이 기술을 살려 영화관용 클래식 음악 실황 영상을 처음 만든 사례다. 음향 작업을 맡은 최진 오디오 프로듀서는 “각 악기에서 나오는 모든 디테일(세부사항)이 잘 들릴 것”이라며 “스네어 드럼의 피아니시시시모(매우 여리게)처럼 공연장에서 자세히 듣기 쉽지 않은 소리뿐 아니라 몸으로 울림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음악도 담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은 실황 공연의 음악과는 사뭇 다르다. 미세한 소리들은 공연장에서보다 더 또렷이 들린다. 그만큼 여러 악기의 매력을 즐기기 좋지만 실황을 직접 접할 때와 비교해 음향의 앞뒤 공간이 줄어든 인상을 준다. 무대 왼쪽에 배치됐던 제1바이올린이 오른쪽에 치우쳐 소리가 나는 등 영화관 환경에 맞게 악기별 음향 공간 구성도 달라졌다. 손열음은 이 영화에 대해 실황 공연과는 “각기 다른 장르”라며 “이 영화가 감상자에게 전혀 다른 시선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에 참석한 최진 오디오 프로듀서. /사진출처. 씨콘박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에 참석한 최진 오디오 프로듀서. /사진출처. 씨콘박스
피날레는 “도파민 터지는 경험”

음향적으로 영화관 음향의 진가가 빛나는 건 총주가 쏟아지는 피날레에서다. 금관, 목관, 현악 등 모든 악기의 소리가 또렷이, 그러면서도 크게 들려 소리만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음악의 물결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성 감독이 “도파민이 터지는 경험”이라고 표현한 순간이다. 손열음은 “음악이 고조되면서 볼륨(음량)이 올라가는 걸 경험해본 적이 저도 많지 않다”며 “시네마로 들으니 (음악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손열음은 레닌그라드 1악장을 중요 장면으로 꼽았다. “연주자 한 사람씩 악기를 달리 비추면서 연출한 덕분에 1악장의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가 콘서트홀에서보다 더 생생히 표현됐다”는 설명이다. 소음은 객석에서 나는 건 없애고 무대 위에서 나는 건 살렸다. 인터뷰 영상에선 배경음을 빼 관객이 쉴 틈을 줬다. 최 프로듀서는 “시사회 상영 중 소음이 났는데 극장 객석에서 난 소리인지, 녹음에 잡힌 소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현실과 가상세계가 혼동됐다”고.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에 참석한 성유진 감독. /사진출처. 씨콘박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에 참석한 성유진 감독. /사진출처. 씨콘박스
고잉홈프로젝트는 한국인 음악가,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음악가들이 함께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추구하고자 손열음 주도로 2022년 결성한 악단이다. 성 감독은 4년 전 고잉홈프로젝트 창단 공연 영상을 제작했다. 이 악단이 지난해 레닌그라드와 볼레로를 한 공연으로 담는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손열음에게 영상화를 제안했다고. 성 감독은 “다큐멘터리 버전, 클래식 음악 공연 버전으로 나눠 제작하려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어 클래식 음악 공연 버전만 했다”고 말했다.

악단 일원이 된 손열음 “떨렸다”

연주자들이 서로 눈길을 주고받거나 긴장감을 공유하는 클로즈업 장면은 영화의 또 다른 묘미다. 영화엔 손열음이 단원으로서 직접 첼레스타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도 담겼다. “분량이 적지만 중요하게 나올 때가 많아서 연주하는 순간이 굉장히 떨렸다”고. 지휘자 없이 공연하는 이 악단의 특징에 대해선 “신기하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저로선 진지하게 음악을 하고 싶다”며 “(지휘자가 없으니) 귀를 완전히 열고 모든 촉각을 곤두세워서 서로에게 맞춰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 /사진출처. 씨콘박스
12일 서울 영등포구 CGV여의도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인 시네마’ 시사회. /사진출처. 씨콘박스
이번 영화는 극장 상영 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항공기 기내용 콘텐츠 등으로 플랫폼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손열음은 이 영화가 “공연장 가기 어려웠던 분들, 가는 게 낯설었던 분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보시면서 ‘음악이 대단히 좋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오는 12월 16일 예술의전당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4번도 연주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