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우빈이 15일 서울 종로구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랄프 로렌(RALPH LAUREN) 베리 랄프 스크리닝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15/뉴스1
배우 김우빈이 15일 서울 종로구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랄프 로렌(RALPH LAUREN) 베리 랄프 스크리닝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9.15/뉴스1
60년 역사의 미국 패션 브랜드 폴로 랄프로렌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아메리칸 클래식’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젠지(Z세대)에 소구되는 감각적인 마케팅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가장 많이 빨아 입는 브랜드…올드머니룩의 대명사”

13일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에 따르면 올해 6~9월 이 회사에서 가장 많이 세탁된 의류 브랜드는 폴로 랄프로렌(3만4928벌)이었다. 이 기간 세탁을 맡긴 고객 약 5만8000명 중 23%(1만3339명)가 폴로 랄프로렌 제품을 한 벌 이상 맡겼다.

절반 이상인 53%가 셔츠였다. 셔츠는 1967년 탄생한 폴로 랄프로렌의 아이콘과도 같은 제품이다. 또 다른 스테디셀러 상품군인 니트·스웨터(16%)가 그 뒤를 이었다. 네이비(남색·15%), 화이트(12%), 블랙(9%) 등 자주 손이 가는 무난한 색상의 비중이 컸다.
폴로 랄프로렌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그룹 에스파 윈터의 모델샷.
폴로 랄프로렌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된 그룹 에스파 윈터의 모델샷.
폴로랄프로렌 제품을 맡긴 고객이 브룩스브라더스 제품을 함께 맡긴 비율은 다른 고객보다 2.9배 높았다. 메종키츠네·라코스테 2.0배, 타미힐피거 1.9배 등 클래식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나이키(0.64배), 아디다스(0.61배), 뉴발란스(0.52배)를 함께 맡긴 비율은 오히려 낮았다.

런드리고 관계자는 “잘 만들어진 셔츠와 니트를 여러 번 세탁하며 오래 입는 ‘올드머니룩’(상류층 패션) 트렌드가 세탁 데이터에서도 확인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등 수도권과 부산·대구·대전·세종 등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인 런드리고는 고객이 세탁을 맡긴 옷의 브랜드와 색상, 착용 빈도, 세탁 주기 등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패션업계의 트렌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출시 7년 만에 누적 세탁 처리량이 5000만벌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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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못지 않은 가격…소비자 설득시킨 비결

폴로 랄프로렌은 여러 번 빨아 입는 제품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팬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한국 법인인 랄프로렌코리아의 연 매출은 지난해 약 6123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5337억원) 15%가량 늘었다. 5년 전인 2020년(약 2750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도 매출이 상승하는 흐름이다.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 9월 랄프로렌에서 결제된 신용카드 금액은 약 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월간 결제 액수로 따지면 2023년 10월(약 271억원) 이래 가장 많았다. 7, 8월에도 각각 17%, 22%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폴로 랄프로렌은 50년 넘게 ‘포니 로고’를 지켜오며 브랜드 헤리티지를 쌓아 올렸고, 이는 젊은 층 사이에서의 레트로(복고) 열풍과 맞아떨어졌다.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과 좋은 소재로 높은 가격을 설득시켰다는 분석이다. 랄프로렌코리아의 매출원가는 작년 기준 1138억원으로, 매출의 19% 수준이다. 루이비통코리아(50%), 샤넬코리아(52%) 등 명품 브랜드 대비 매우 낮다. 제품을 들여오는 비용 대비 비싸게 팔고 있단 얘기다.

오래된 브랜드지만, 젠지와 호흡을 맞추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폴로 랄프로렌이 올해 3월 무신사에서 단독 선발매한 한정판 ‘빅 재킷’은 한 달 만에 전체 물량의 90%가 판매됐다. 1990년대 처음 출시됐던 베이포트 재킷에 모던한 감성을 더해 재해석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패트리스 루베트 폴로 랄프로렌 최고경영자(CEO). 폴로 랄프로렌 홈페이지
패트리스 루베트 폴로 랄프로렌 최고경영자(CEO). 폴로 랄프로렌 홈페이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했다. CNBC방송에 따르면 올해 1분기(4~6월) 인스타그램, 틱톡, 라인, 더우인 등 SNS 플랫폼에서 폴로 랄프로렌 계정 팔로어는 150만명이 늘었다. CNBC는 “브랜드 가치를 향상함과 동시에 신성장 기회를 끊임없이 창출한 결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고른 매출을 거두고 있는 것”을 폴로 랄프로렌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8월 월가 예상을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2023년 10월 100달러 초반대이던 주가는 상승세를 거듭해 3년이 지난 현재 370달러대로 올라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입문자부터 패션 고(高)관여자까지 모두 끌어들일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춘 폴로 랄프로렌은 나이가 들거나 취향이 바뀌어도 떠나지 않는 브랜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