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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다이소보다 싸다"…창고서 물건 팔아 월 30억 '대박' [장서우의 하입:hype]
"방송하는 동안만 개당 100원"
창고로 들어간 1인 크리에이터의 세계
그립 최상위 셀러 '흥정대황군' 인터뷰
"창고라이브가 '대세'…치열한 가격 경쟁"
"제품 아닌 라방 자체가 상품이 된 시대"
창고로 들어간 1인 크리에이터의 세계
그립 최상위 셀러 '흥정대황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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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5년째 ‘흥정대황군’이라는 닉네임의 셀러(판매자)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황인선(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요즘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선 셀러가 물류창고를 직접 찾아 모든 종류의 물건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파는 방송이 대세”라며 이같이 말했다.
물류 대행(3PL)업체들이 운영하는 창고를 배경으로 다소 투박하게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을 말한다. 어떤 물건을 팔지 미리 고지하지 않고, 그날그날 창고에 쌓여있는 물건을 즉흥적으로 선택해 즉석에서 업체와 가격을 흥정한 뒤 판매한다. 시청자들은 그 물건이 딱히 필요하지 않아도 셀러가 직접 사용해 보는 모습에, 일반적인 유통 채널에선 상상할 수 없이 저렴한 가격에 설득돼 서슴없이 결제 버튼을 누른다.
마진 최대로 줄여 초특가 판매
황인선은 “물류센터에 있는 물건의 종류는 셀 수가 없다”며 “화장품을 팔다가 식사 시간이 다가오면 옆에 있던 오징어를 집어서 먹어보고 대뜸 파는 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물티슈 같은 생필품을 개당 100원씩 파는데 안 사고 배길 수 있겠나. 그런 물건들을 한 번에 몇천 개씩 판다”고 덧붙였다.초저가의 비결은 마진이 아예 붙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류를 관리하던 곳에서 별도의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판매까지 하는 구조여서다. “쿠팡·다이소보다 싸다”며 플랫폼과 경쟁하던 1인 셀러들은 이젠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황인선은 “시청자들이 방송 도중 ‘OOO는 얼마에 팔던데, OOO보다 싸게 해 달라’고 하면 셀러들 사이에 경쟁이 붙는 것”이라며 “특정 창고에 본인만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물류센터와 딜(deal)하기도 한다”고 했다.
라이브 커머스 업계에서 인지도를 쌓은 셀러들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러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은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반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전에 없던 PB 상품은 가격 책정이 비교적 자유로워서다. 업계 최대 규모의 셀러(올해 6월 기준 5만7000명)를 보유한 그립에서 매출이 최상위권에 속하는 셀러인 황인선은 지난달 콤부차 브랜드 아임얼라이브와 협업해 첫 PB를 선보였다.
“판매보단 재미가 우선” 월매출 30억 비결
올해 1~3분기 그립에서 활동하는 셀러들의 평균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주문별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액)가 상승함과 동시에 신규 고객이 꾸준히 유입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흥정대황군의 한 달 매출은 20억~30억원 수준이다. 최상위 크리에이터의 경우 충성 고객 비율도 높다. 매달 평균 91분씩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는 단골 유저 3만여 명의 87% 이상이 재구매 버튼을 누른다.황인선은 “단순히 판매가 목적이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자는 게 우선”이라며 팬덤을 만든 비결을 밝혔다. 그는 “가령 3800원짜리 상품을 절반도 안 되는 1500원에 판다고 하면서, 방송 도중에 덤으로 끼워 넣은 상품을 하나씩 공개하는 식”이라며 “시청자들이 받을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을 한 번에 풀지 않아야 방송을 끄지 않고 계속 머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그들이 요구하는 바를 하나씩 들어주며 소위 ‘도파민’이 나오게 하는 게 핵심이다. 황인선은 “예컨대 다음날 오후 2시에 콤부차를 판매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지금 팔아달라’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많으면 스케줄을 즉흥적으로 바꾼다”며 “삶에서 뜻대로 되는 게 많이 없다고 생각하던 분들이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방송에 한 번 맛 들이면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커머스 업계에서 1인 인플루언서가 차지하는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 보고서에 따르면 인플루언서가 게시한 콘텐츠에 팔로어들이 좋아요, 댓글, 공유 등으로 참여하는 비율은 나노 인플루언서가 2.53%로, 메가 인플루언서(팔로어 100만명 이상)보다 2.7배 높았다. 참여율이 높다는 건 곧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 마케터의 47%가 나노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답했다.
크리에이터의 절대다수도 이미 나노(구독자 1만명 미만) 인플루언서로 구성돼 있다. 틱톡 크리에이터의 87.7%, 인스타그램 크리에이터의 75.9%가 나노 인플루언서다. ‘누구나 판매할 수 있다’(Everyone can sell)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개인이나 소상공인에게 진입장벽을 대폭 낮춘 그립과 같은 플랫폼이 그 최전선에서 라이브 커머스 생태계를 불려나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40~50대 중년층의 모바일 플랫폼 친숙도가 높아지며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성장 속도도 함께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