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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푸드 세계로 뛰라면서…발목 잡는 정부
보여주기식 'N차 조사'에
해외시장 개척 동력 약화
권용훈 유통산업부 기자
해외시장 개척 동력 약화
권용훈 유통산업부 기자
최근 만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식품업계 현장 조사에 대한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업체들은 공정위 조사 자체보다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아무런 설명 없이 과거 자료를 광범위하게 요구한다는 점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 오른 오뚜기를 두고 업계에서 “왜 조사받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구체적인 조사 사유가 알려지지 않아서다.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은 김치, 두부, 유지류 등 6개 품목의 가격 담합과 재판매 가격 유지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범위는 2018년 이후 가격을 사전 협의했는지, 2020년 이후 유통업체의 할인 판매를 제한했는지다. 담합 여부를 가리려면 업체별 가격 결정 과정과 경쟁사 간 연락 내역, 거래처에 제시한 가격 자료 등을 대조해야 한다.
올해 공정위는 설탕·밀가루·전분당 업체들의 가격 담합을 제재하고 1조8000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식품 원재료 업체 담합이 잇달아 적발된 만큼 공정위가 식품업계의 가격 결정 과정을 살펴보는 것 자체엔 문제가 없다. 다만 원재료 업체의 담합 적발이 이번 현장 조사의 사유를 설명해주지는 않는다. 조사 대상 업체는 공정위가 어떤 거래나 가격 결정 과정을 문제 삼는지 알기 어려운 상태에서 판촉 협의와 유통 전략 등이 담긴 광범위한 과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담합 조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조사 범위와 자료 요구 기준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호소다. 위법 행위는 엄정하게 가려야 하지만 조사할 때마다 기업 활동 전체가 멈춰 서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식품업계가 더 답답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할 때마다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압박하고, 물가가 들썩이면 가격 결정과 판촉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정부가 물가를 잡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n차 조사가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K푸드는 최근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 기회를 맞았다. 올해 상반기 삼양식품 매출은 37.2% 늘었고 오리온은 15.5% 증가했다. 해외에서 커진 수요가 두 회사 실적을 끌어올렸다. 경쟁 상대도 일본과 중국 식품 업체를 넘어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확대됐다. 이런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리 기업의 해외 시장 개척을 돕는 것이다. 수년 치 자료를 다시 추리고 임직원이 조사 대응에 매달리는 동안 신제품 개발과 해외 마케팅에 써야 할 인력과 시간을 빼앗긴다. 세계 시장을 개척해야 할 우리 기업이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 대응에 힘을 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