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관람료 7000원' 공공 영화관이 던진 질문
“공공영화관에서 개봉작을 더 싸게 상영하면 민간극장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독립영화관 에무시네마를 운영하는 김상민 대표가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서울영화센터 토론회에서 던진 질문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영화센터의 일반 관람료는 7000원, 조조는 5000원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의 특별관 관람료가 2만원을 넘는 시대에 ‘7000원 영화관’의 등장은 시민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작은 민간극장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여겨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서울시가 총공사비 565억원을 들여 조성한 센터는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상영관 3개와 전시·교육·공유 오피스 공간 등을 마련했다. 지난 5월까지 무료로 운영하다가 6월부터 관람료를 받기 시작했다. 센터가 상영하는 영화 프로그램과 행사의 성격은 작은 민간극장과 상당수 겹친다. 건립비와 운영 재원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서울영화센터와 임차료 등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민간극장 사이에서 가격 경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이 아닌 중소형 민간극장은 1만원 안팎의 관람료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대관이나 영화제 같은 행사로 추가 수익을 올린다. 서울 사당동에서 상영관 2개를 운영하는 아트나인의 주희 이사는 “우리 영화관에서 수년간 대관해준 한 영화제가 서울영화센터로 옮겨갔다”며 “임차료와 인건비를 감당하면서 버티는 민간극장의 관객 수요를 센터가 흡수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해외에선 비슷한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다. 프랑스 민간 영화관 사업자 단체 유니시네가 몽트뢰유시의 ‘멜리에스’, 누아지르그랑의 ‘비주’ 등 시립영화관 사업을 문제 삼았다. 프랑스 경쟁위원회는 공공극장을 직접 운영하기보다 주민에게 관람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 경쟁을 덜 해친다고 권고했다. 독일에선 민간극장의 불공정 경쟁 주장에도 법원이 시립영화관에 대한 공적 지원을 허용했다.

서울영화센터는 영화 교육과 시민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시설이다. 중요한 건 ‘시설 하나를 세웠느냐’가 아니라 ‘민간이 충족하지 못한 수요를 채웠는가’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극장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을 소개하고 새로운 관객을 끌어낸다면 낮은 가격은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기존 극장과 같은 작품을 동일한 관객에게 더 싸게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관객 빼앗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공 문화시설의 성과는 단순 관람객 수뿐만 아니라 시민의 관람 기회를 얼마나 늘렸는지, 기존 극장의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 평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