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軍만 바라보는 K방산 무기 개발 체계
“조금만 더 일찍 준비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던 수주가 너무 많죠.”

국내 한 방산업체가 최근 중동에 무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을 때 있었던 일이다. 함께 납품하는 장비에 국내 A사 대신 체코 업체의 제품이 채택됐다. 이 회사는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수출하고 있었지만, 고객 요구에 맞춰 장비를 개량하려면 추가 개발 시간이 필요했다. A사 고위 관계자는 “해외 고객 요구에 맞춰 미리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K방산은 무기 국산화에 집중한 방산 1.0시대와 수출산업으로 성장한 2.0시대를 거쳐 세계 방산 공급망의 핵심으로 도약하는 3.0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얼마 전 ‘K방산 3.0 대도약’ 시리즈를 보도하기 위해 여러 방산기업을 취재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도 제도와 정책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국내 방산업체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군이 요구하는 성능에 맞춰 무기를 개발한 뒤 해외 시장을 찾는 기존 방식으로는 각국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무인체계 등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존 개발 방식의 한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해외 수요를 예상해 무기 체계를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시행착오를 감수하면서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 개선 못지않게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도 중요하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기자와 만나 2021년 폴란드가 K2 전차에 관심을 보였을 당시를 회고한 적이 있다. 업계에선 독일산 전차 가격을 낮추기 위한 ‘들러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잃는 것은 출장비밖에 없다”며 그는 현지 방문을 독려했다. 이후 양국 간 협의가 본격화됐고 폴란드는 K2 전차뿐 아니라 K9 자주포, FA-50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국내 방산업체 간 협업도 필요하다. 해외 시장 개척을 개별 기업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사업 초기부터 국내 업체 간 협업을 조율하고 해외 수요에 맞춘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역시 K방산의 도약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민간의 첨단 기술을 군에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신속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방산 수출을 위한 금융·외교 지원과 현지화, 후속 군수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K방산이 진정한 3.0 시대로 나아가려면 대형 무기 체계 수출을 넘어 부품과 정비, 교육훈련 등 방산 생태계 전체가 해외로 함께 진출해야 한다. 국내 군 중심의 제도와 기업 간 협력 방식, 실패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운 개발 환경이 K방산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