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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각종 의혹에 시끄러운 '청년 창업 산실' 디캠프
초기기업 지원 줄이자 내분 폭발
스타트업 조력자 역할 되살려야
배태웅 금융부 기자
스타트업 조력자 역할 되살려야
배태웅 금융부 기자
그동안 생산적 금융을 잘 실천해온 기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다. 디캠프는 은행연합회 소속 19개 금융회사가 공동 출자해 2012년 설립했다. 14년 동안 스타트업 55곳에 직접 투자하고 약 800개 기업에 입주 공간을 지원하며 청년 창업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랬던 곳이 최근 각종 논란으로 뒤숭숭하다. 2024년 박영훈 디캠프 대표가 취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박 대표가 초기 창업기업 발굴 위주이던 재단 운영 방향을 성장 기업에 집중 지원하는 쪽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직원과 마찰이 빚어졌다. 박 대표가 일부 직원에게 폭언과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지난 5월엔 디캠프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논란 끝에 박 대표는 7월 사임했다.
혼란은 박 대표의 사임으로 끝나지 않았다. 디캠프는 8월 직원 4명을 대상으로 사내 보안 규정을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감사를 벌였다. 이 직원들이 올해 초 비위 의혹 감사에서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보복 감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 여파로 이들 직원에 대한 후속 징계 조치는 미뤄졌다.
디캠프의 사업 방향 전환은 일견 설득력이 있다. 창업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투자하는 체계와 문화가 어느 정도 정착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선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맞는 지원을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단순히 자금만 투입하는 게 아니라 자금 회수율도 높인다면 더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무리한 추진으로 조직원과의 불통, 갑질, 폭언이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어서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디캠프의 변화를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당초 목표인 초기 유망기업 발굴을 포기했다면 다른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아서다. 디캠프의 초기 투자는 2021년 13건에서 지난해 1건으로 급감했다. 단기간에 투자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디캠프 이사회와 은행연합회가 점검해야 한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스타트업의 투자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투자금을 받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디캠프마저 투자를 줄인다면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길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디캠프가 예전처럼 ‘청년 창업의 산실’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