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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AI 음원 대중화 속도 못 따라가는 저작권 기준
음원 저작권 규정 아직도 미정
벌써부터 선의의 피해자 양산
이주현 문화스포츠부 기자
벌써부터 선의의 피해자 양산
이주현 문화스포츠부 기자
감미로운 남성 보컬이 퇴근길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노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멜론 음원 차트 3위(13일 기준)에 오른 인기곡이다. 이 노래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인공지능(AI)이 만든 노래여서다. 음원을 제작한 가수 ‘머무르’는 자신이 한 일은 기획하고 노랫말을 지은 것뿐이라고 밝혔다. AI로 작곡하고 보컬을 입힌 곡 가운데 음원 차트 3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겼다.
AI 음원의 시장 확장세가 매섭다. 생성형 AI 음원 서비스인 수노는 수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누구나 1~2분이면 수준급 음원을 내놓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만든 음원은 프로 작곡가도 AI 사용 여부를 가리지 못한다. 시장엔 AI 음원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이날 유튜브뮤직 음원 차트 17위에 오른 조선힙합 ‘마음의 숲’도 AI 생성물이다. 프랑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저는 지난 6월 하루 평균 AI 음원 9만 곡이 생성됐다고 밝혔다.
AI 음원이 쏟아지지만 저작권 기준은 없다. 8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작사, 작곡, 편곡 등으로 나눠 사람의 기여가 인정되는 부분에선 신탁 등록을 허용하는 기준을 내놨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국회와 정부의 지적에 안을 철회했다. 음저협은 마땅한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AI로 생성한 음원은 저작권 등록을 유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작곡 현장에서 AI 기술이 일반화됐다는 점이다. 제작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는 한 AI로 생성한 음원을 온전히 색출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없다. AI 감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더라도 AI에서 선율이나 착상만 따온 경우엔 선별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작곡가는 “일선 작곡가의 80% 이상이 크든 작든 어떤 형태로든 AI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저작권 기준이 잡히기 전까지는 ‘작곡에 AI를 썼다’고 양심 선언하는 작곡가만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 상황이다.
제도를 마련할 때 기술이 쟁점이 되면 사회적 합의만큼이나 중요한 게 속도다. 업계에서는 미국 등 해외에서 AI 음원이 넘쳐나는 지금 창작 환경이 계속 위축되면 K팝 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 입안과 AI 음원 제작을 고루 경험한 한 전문가는 “다른 음원을 빌려오는 작곡 방식이 과거에는 표절로 여겨졌다가 오늘날 샘플링 문화로 정착된 것처럼 생성형 AI 사용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수 있다”며 “네거티브 규제 관점에서 AI 음원을 허용하되 창작자가 AI 사용 여부를 밝히는 방식을 도입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