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방탄복을 착용하고 질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은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을 상대로 “군 장병이 입는 방탄복 무게가 9㎏으로 쌀 한 포대에 육박한다”며 “가볍고 방어력이 뛰어난 신소재 적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방탄복은 실전에서 청년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특히 적과 직접 맞서는 전방 전투에서 방탄복의 방호력 못지않게 기동력은 생사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당장 전쟁이라도 터지면 산악 지형이 많은 접경지역에서 10㎏ 쌀 한 포대에 맞먹는 무게를 짊어진 채 기동 작전을 벌여야 한다. 소재 강국이자 세계 5위 군사력을 갖춘 한국, 그것도 2026년의 현실이라는 게 놀랍고 개탄스럽다.

군 무기체계 획득과 군수품 조달을 책임지는 방사청의 안이한 답변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방사청 관계자는 야전부대의 방탄복 개선 요구가 없었냐는 유 의원 질문에 “무게 때문에 거동이 불편하다는 불만은 접수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2023년 감사원 감사 이후 2025년 관련 규격을 개정했고, 개정된 규격에 따라 검사와 납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만이 없으니 문제도 없다는 식이다.

대한민국은 국민 4명 중 1명꼴로 군 복무를 경험한 나라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소속 부대가 보급품을 받았다고 해서 장병들이 모든 장비를 훈련에서 착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을 기회조차 없으니 불만을 제기할 일도 없는 것은 아닌가.

미국은 수많은 실전 경험을 토대로 방탄복을 꾸준히 개량해 무게를 5㎏대로 줄였다고 한다. 대한민국군의 가장 큰 약점은 부족한 실전 경험이다. 그렇다고 군수품의 품질과 성능까지 뒤처져서야 되겠나. 한반도는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휴전 지역이다. 안보에는 변명이 있어선 안 된다. 장병의 생명을 지키는 장비만큼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