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미루는 사이 절반 가까운 상품의 수출 경쟁력이 해당 시장에서 약해졌다는 산업연구원 분석이 나왔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CPTPP 가입은 추가 이익이 아니라 제조업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방형 통상국가를 표방하는 우리로선 CPTPP 가입을 미룰수록 국익에 손해가 될 뿐이라는 얘기다.

2018년 말 출범한 CPTPP는 일본 멕시코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영국 등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 경제블록이기도 하다. CPTPP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농어민 반대를 이유로 또다시 가입 신청을 미루기로 했다. 기존 회원국의 견제 등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가입 의사를 밝혀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발을 빼는 모양새다.

산업연구원 분석을 보면 CPTPP 발효 이후 수출 경쟁력이 가장 많이 약해진 한국산 품목은 자동차와 조선이다. 부품 생태계가 넓어 고용 및 산업생산 유발 효과가 크고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분야라는 점에서 뼈아프다. 한국과 달리 일본 등은 무관세 혜택을 등에 업고 약진했다. 5185개 분석 품목 중 47.7%인 2474개 품목의 가격 경쟁력 지표가 하락한 것은 관세 혜택을 받는 CPTPP 회원국 내 수출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다른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한 상품도 CPTPP 지역에선 밀려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달 정부는 CPTPP에 가입하면 10년 뒤 실질 GDP가 0.38%포인트 높아지고 제조업 기반 생산이 연평균 6조3000억~6조7000억원 증가한다는 잠정 분석을 내놨다. 그뿐만 아니라 회원국이 아시아와 남미, 대양주에 걸쳐 있어 CPTPP 가입은 미·중 통상 전쟁은 물론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희토류 등 자원 공급망과 부품 조달을 다변화할 수단이기도 하다. 정치적 손해가 있더라도 장기적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결단하는 게 국민 다수가 바라는 국정 운영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