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 행정부처 모두를 포함한 44개 기관의 세종시 전격 이전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2031년까지 차례로 이전된다고 한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핵심 국가전략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논란이 큰 이슈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과속하고 있어 당혹스럽다. 역사성·중대성에 걸맞은 최소한의 절차와 논의를 생략한 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정부가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방침’을 발표한 게 한 달여 전이다. ‘뉴스를 보고 이전 계획을 알았다’는 공무원 반응이 나올 만큼 당시 발표도 전격적이었다. 그런데 그 뒤 한 달 만에 지난 20여 년간 이주한 기관(43곳)보다 많은 기관(44곳)의 이전이 결정됐다. 27곳은 내년 이전을 끝내고 나머지 17곳은 청사를 지어 이사 가는 빡빡한 일정이다.

중앙 부처를 전부 세종으로 옮기기로 한 결정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경제수도는 여전히 서울’이라면서도 ‘경제 혈맥’ 금융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는 세종 이전이 결정됐다. 대통령 통치기능 및 국가안보와 밀접하다는 이유로 수도권에 잔류시킨 외교·통일·국방·법무부의 이전 배경도 물음표다. 외교는 장·차관과 각국 대사 간 회담뿐만 아니라 실·국·과장과 외국 공관 실무자가 한 주에 두세 번씩 만나면서 이뤄진다. 북핵이 완성 단계로 진입하는 등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국방부의 지방 이전은 준비 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행정수도 세종’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충분한지 근본적 문제 제기도 불가피하다.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 과정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한 달간 관계기관 협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쳤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야당과의 협의는 물론이고 그 흔한 여론조사를 통한 공론화도 없었다.

정부는 대통령 세종집무실, 국회 세종의사당도 각각 2029년과 2033년 완공한다는 시간표까지 공표한 상태다. 22년 전의 행정수도법 위헌 결정은 ‘서울=경제수도, 세종=행정수도’라는 이분법으로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행정수도특별법을 제정해 밀어붙일 심산이지만, ‘묻지마 이전’이라는 말을 들어선 국정 혼란만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