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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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의 권유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비슷한 새 보험에 가입했다가 보험금을 받지 못한 70대 부부에게 보험회사와 설계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3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은 70대 부부 A씨와 B씨가 보험설계사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6월 9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이 공동으로 아내 A씨에게 700만원, 남편 B씨에게 90만원 등 총 79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 부부는 암보험과 상해보험 등 기존 보험계약 5건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 C씨가 자신이 소속된 보험회사의 새로운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유하면서 지난해 3월 기존 보험을 모두 해지하고 신규 보험 4건에 가입했다.

기존 보험과 새 보험은 일부 피보험자가 같고 상해사망, 상해후유장해, 질병 및 수술비 등 주요 보장 내용도 비슷했다. 하지만 이후 남편 B씨에게 기존 보험의 보장 대상에 해당할 수 있는 사고가 세 차례 발생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존 보험은 이미 해지됐고 새 보험에서도 해당 사고가 보장되지 않아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부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보험설계사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비슷한 새 보험에 가입하도록 권유한 행위가 보험업법상 금지된 ‘부당승환계약’에 해당하는지였다.

보험업법은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고 보장 내용 등이 비슷한 새로운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권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거나 해약환급금 등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공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보험설계사와 보험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험계약자가 직접 기존 보험을 해지했더라도 설계사의 권유 및 개입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배상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보험설계사와 보험회사 측은 이에 항소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보험료와 보장 내용을 충분히 비교하지 않은 채 기존 보험을 해지하면 기존 계약에서 받을 수 있는 보험금과 만기환급금 등에서 예상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