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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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사 보험설계사에게 보험 모집을 맡기고 지급한 수수료는 법인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설령 실제 영업 과정에서 지급된 돈이라 하더라도 보험업법이 금지한 방식으로 지급됐다면 세법상 손금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보험대리점업체 지에이코리아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지에이코리아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법인으로, 다른 보험회사나 보험대리점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들에게도 보험 모집을 맡기고 수수료를 지급해 왔다. 타사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소개해 계약이 성사되면 자사 설계사에게 지급할 모집수수료 일부를 해당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회사는 이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라 보고 법인세 신고 시 손금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보험업법상 허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지급된 수수료라며 손금 산입을 인정하지 않았고 법인세를 추가 부과했다.
쟁점은 타사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한 모집수수료가 법인세법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 또는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해당 자금이 실제 타사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됐는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일부 금액은 지사장의 비자금 조성이나 개인 채권·채무 관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심은 일부 금액이 실제 보험 모집 대가로 지급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보험업법을 위반한 수수료 지급인 만큼 설령 지급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세법상 비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보험거래가 대량·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건전한 모집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보험업법이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회사나 보험대리점이 다른 보험회사 소속 보험설계사에게 보험 모집을 위탁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보험설계사 역시 자신이 소속된 회사 외의 보험상품을 모집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보험회사 등이 다른 보험회사에 소속된 보험설계사에게 보험 모집을 맡기고 수수료를 지급하는 행위는 보험 모집에 관한 기본 질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보험업계의 건전한 경영 질서와 보험계약자 보호에도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수료 지급 약정이 사법상 유효한지 여부와 별개로, 그에 따라 지급된 돈은 사회질서에 위반해 지출된 비용"이라며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실제 영업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지출이라 하더라도 관련 법령이 금지한 방식으로 이뤄진 경우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