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의 ‘친윤 여부’ 감별로 촉발된 범여권 갈등이 볼썽사납다. 대통령, 여당 대표,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검사장 등 국가 핵심 권력층이 대거 참전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양상이다.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등 최소한의 품격과 자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임명 반대파가 나치 전범, 밀정, 친일 형사 같은 자극적인 언어로 김 후보자를 무차별 공격한 게 갈등을 키웠다. 행정안전부의 공식 대응이 먹히지 않자 대통령이 SNS를 통해 직접 참전하면서 감정적 대립으로 비화한 모양새다. 대통령은 누군가를 겨냥해 ‘능력도 안 되면서 자리를 요구하는 사람’ ‘국민 혈세로 온갖 호사를 누리는 사람’이라고 공격했다. 모호한 화법이지만 제 발 저렸는지 한 의원이 ‘자리를 탐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의 결기를 본 행안부 장관이 광주중수청장의 감찰을 전격 지시하자 하극상 논란으로 번지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다.

일련의 전개는 갓 출범한 중수청이 중대 범죄를 제대로 처리할 능력을 갖췄는지, 거악에 맞설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구심을 키운다. 인력, 시설 등 기본 인프라도 못 갖춘 상태에서 권력 게임에 휩쓸린다면 새 형사사법체계 핵심 기구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요원하다. 검찰개혁의 결과로 탄생한 기구가 더 심각한 정치 공방에 휘말리고 만 역설적 결과다.

거대 여당의 무책임한 행보도 걱정이다. 여당 대표는 어제 ‘왜 가만두느냐는 얘기를 넘칠 만큼 많이 듣고 있다’며 임 청장 언행을 직격했다. 여당까지 중수청을 노골적으로 압박한다면 신뢰받은 범죄대응기구로서의 위상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낯 뜨거운 권력 다툼을 벌이는 사이 민생 정치는 사실상 올스톱이다. 징벌적 부동산 과세, 일방적 농지조사를 밀어붙이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고 물러선 것 외에 기억나는 정책이 없을 정도다. 고공비행 중인 글로벌 금리, 심화되는 반도체 의존, 냉랭한 골목 경기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