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인천 전북에 이어 강원에서도 과학기술원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원주가 지역구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강원과학기술원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지역 전략산업을 뒷받침할 인재와 연구개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월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이어 4월 인천바이오과학기술원 법안, 9월 전북과학기술원 법안 등이 발의돼 지역별 과학기술원 설립 요구가 잇따랐다.

현재 과학기술원은 대전에 있는 KAIST,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등 네 곳이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첨단 연구와 고급 인재 양성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연구 기반을 확충하고 산업과 교육을 연결하겠다는 뜻은 이해된다. 하지만 모든 지역에 과학기술원을 하나씩 세우는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원은 우수한 교수진과 연구인력, 장기간의 안정적 재정 지원이 필수다. 한정된 재원과 인력을 여러 곳에 분산하면 각각의 기관이 연구 역량을 충분히 키우는 데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다른 지역에 있으니 우리 지역에도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과학기술원 신설에 앞서 기존 대학·연구기관과의 역할 중복을 따져야 한다. 지역별로 산업 수요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투입될 운영비와 연구비, 교수진 확보 방안 등도 검증해야 한다. 기존 지방대 특성화 학과, 연구소 등과는 어떻게 차별화할지 또한 고려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인재를 나눠 갖는 데 그친다면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균형 발전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지역에 같은 형태의 기관을 배분하는 것이 균형 발전은 아니다. 지역마다 강점이 있는 분야를 키우고 대학·기업·연구소가 성과를 공유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과학기술원을 신설하려면 기존 기관과 구별되는 전문성과 국가 차원의 투자 효과를 먼저 납득시켜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지역 민원을 넘어 과학기술 경쟁력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원 설립이 지역별 나눠 먹기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