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에 거주하는 임신부가 지난 1일 전국 25개 병원에서 수용이 어렵다고 거절당한 뒤 150㎞ 떨어진 전북 전주까지 이송돼 출산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새벽에 “양수가 흐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은 조산·태아 감염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경기와 서울, 충청 등의 25개 병원에 문의했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고위험 산모의 분만과 신생아 집중 치료를 동시에 담당할 의료진과 병상을 즉시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운영하는 병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의료 오지가 아니라 수도권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 전주예수병원에서 수용을 결정해 소방청 헬기로 이송된 임신부는 무사히 출산했다고 한다. 지난 2월 대구에서 발생한 쌍둥이 임신부의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응급환자 이송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석 달 뒤에는 청주 임신부가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다가 태아를 잃는 비극이 또 발생했다. 당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어느 지역에서든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는데, 공수표가 된 것이다. 임신부가 아이를 낳기 위해 전국 병원을 찾아 헤매는 게 낯설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경북 산모의 45%가 지난해 다른 시·도에서 출산했다고 한다. 이런 장거리 ‘원정 출산’이 이젠 특정 지역만의 문제도 아니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저출생을 극복하자고 목소리를 높여봐야 이런 현실을 방치한다면 모두 허사다.

당장은 응급의료 체계 개선에 주력할 수밖에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응급 처방’일 뿐이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같은 필수의료가 의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가 되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져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방의료도 마찬가지다. 의료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