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vs 47%.’

지난 9월 말 기준 한국과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중 창업자가 현직에 있는 ‘1세대 창업 기업’의 시총 비중을 비교한 수치다. 갈수록 한국에서 새로운 혁신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도전을 장려하고 재기 기회를 늘려야 한국의 기업 생태계가 미국처럼 역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젊은 대기업 안 보이는 한국…유니콘 넘쳐나는 미국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총 기준 국내 50대 기업 가운데 창업자가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 고문 등으로 활동하는 기업은 셀트리온, 네이버, 알테오젠, 미래에셋증권 등 네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 곳의 시총은 9월 말 기준 105조3304억원으로 상위 50개 기업 시총(4744조568억원)의 2.2%였다.

이에 비해 미국에선 시총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테슬라, 메타, 아마존, 브로드컴 등 13개 기업의 창업자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시총 상위 50개 기업 중 ‘1세대 창업 기업’의 시총 비중은 47.7%다. 13개 기업 중 테슬라, 메타, 팰런티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스페이스X, 아리스타네트웍스 등 6개 기업은 2000년 이후 설립됐다.

한국에선 ‘젊은 기업’의 등장이 드물다. 삼성과 SK, 현대, LG 등 70년 이상 된 대기업 집단이 여전히 증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시총 1조원 이상 기업 중 2000년 이후 설립된 기업은 10곳에 그친다.

비상장 기업을 봐도 한·미 간 역동성 차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기업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새롭게 탄생한 세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은 195개다. 이 가운데 미국 기업이 110개로 56%에 달한다.

이 기업들이 탄탄대로를 걸은 건 아니다. 크런치베이스 자료를 보면 2024년 미국에서 투자받은 스타트업 966곳이 폐업했다. 지난해엔 1000곳 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추산됐다. 실패 기업이 쏟아지는 동시에 새로운 기업도 끊임없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 번 실패해도 재도전을 받아줄 자본 또한 두터운 편이다. 미국벤처캐피털(VC)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VC는 1만5352건에 3200억달러를 투자했다. 투자받은 기업이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다시 자금을 해당 기업에 투입할 수 있는 모험자본 시장이 형성돼 있다.

한국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실패해도 다시 투자받고 창업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기업가가 큰 위험을 감내할 수 있다”며 “신생 기업의 진입만큼 실패한 기업과 창업자의 재도전을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